사울 레이터 더 가까이
사울 레이터 지음, 송예슬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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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담긴 사울 레이터의 사진 76점은 그의 사진 아카이브에 남겨진 1만여 장의 사진 중에서 선별된 것이라고 한다. 앞서 출판사 ‘윌북’에서 출간된 『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과 『영원히 사울 레이터』에서 사울 레이터가 남긴 방대한 양의 사진 자료들이 정리되고 있으며, 조만간 세상에 선보일 것이라고 예고되었던 바로 그 자료들이 이렇게 『사울 레이터, 더 가까이』(원제: The unseen Saul leiter)로 나온 것이다.

이 사진집에 글을 기고한 마깃 어브는 사울 레이터를 세상의 증인이라고 표현했다. 그가 세상의 증인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었기 때문이고, 이것은 곧 모든 사진 찍는 행위를 하는 일상의 모든 이들이 세상의 증인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보니 오히려 지금은 과다한 증인, 과도한 증거의 시대일지도 모르겠다. 너무나 많은 사진들이 온라인상에 넘쳐나고 있는 시대에 사울 레이터의 사진들은 사진의 본질에 대해서 무엇을 말해주고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 사진집을 본다면 좀 더 깊이 있는 감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당시는 필름 시대였기 때문에 오늘날의 디지털 필터 기술을 이용해 찍는 사람의 의도를 표현하는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사울 레이터는 자신이 원하는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일부러 유통기한이 지난 필름을 사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색이 바랜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표현하는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 구현에서 독창성을 보여준 사울 레이터였기에 그의 말년에 디지털카메라로 작업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큰 즐거움이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사울 레이터는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금방 확인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매우 만족해했다고 한다.

그가 활동한 40년대 후반에서 60년대 초반까지는 사진에 있어 컬러의 개념이 대중적이지도 않았고 컬러 사진 자체가 예술로 인정받기도 어려운 형편이었던 것 같다. 지금도 흑백 영화나 흑백 사진이 좀 더 예술성 높은 것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런 시대 가운데서도 사울 레이터는 컬러의 예술적 가능성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꾸준히 컬러 사진 작업을 해왔던 것이다. 그 방대한 자료들이 빛을 보기 시작한 게 90년대에 들어와서였다고 하니 그동안 보존된 자료들은 얼마나 답답했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물론 그의 작품이 공개되기 전에 수많은 작가들이 컬러 사진 작품들을 내놓았지만, 그는 사진을 찍는 행위 그 자체만으로 상당한 행복을 누렸던 것으로 보이며, 그래서 더 늦게 세상에 나온 것이기도 했다.

이 책은 풍성한 사진 작품들 사이에, 사울 레이터와 인연이 있는 관계자들의 작품에 대한 설명이나, 생전에 그와의 작업 이야기, 방대한 작품을 정리하고 선정하면서 경험한 다양한 감정들에 대한 길지 않은 에세이들이 사무실의 파티션 혹은 여행길의 휴게소 느낌처럼 배치되어 있는 구성을 하고 있다. 사진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대이기에, 사울 레이터의 작품들이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그 첫인상으로는 다소 독특하다고 느껴질 수는 있겠으나, 사진의 가치가 직관적으로 전달될지는 미지수다. 그래서 텍스트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전부터 사울 레이터의 예술 세계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이미 출간된 책들을 통해 그의 작품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더없이 큰 선물이 될 것이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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