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의 이해 - 세계는 어떻게 다르고, 왜 비슷한가?, 해외지역연구 입문
이윤.도경수 지음 / 창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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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해외지역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틀로 ‘지리’를 선택했다. 여기에서 지리는, 단어에서 직관적으로 파악되는 지형이나 길의 의미만 가지는 것이 아니다. 기후나 생물, 자연, 거주민, 산업 생태계 등의 총체적인 지리 정보를 의미한다. 이를 구체적으로 특수성과 일반성의 차원에서 분석한다., 특수성은 차이점(각 지역 고유의 작동 원리), 일반성은 공통점(공통으로 작동되는 원리)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이 책에서는 특히 경제발전 정도 혹은 단계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먹고사는 문제는 가장 보편적인 삶의 문제이기 때문에, 유사성과 이질성을 파악하는 데 가장 무리가 없는 지표이자 기준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 수준이 비슷하면 문화의 양상도 비슷한 경로를 따라간다. 하지만 반대로 발전 정도가 비슷해도 나라에 따라 유사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일방적인 해석은 경계해야 한다. 일반성과 특수성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특수성에서 좀 더 세분화된다. 기저요인이라고 해서 자연지리 요인, 인문지리 요인, 문화특성 요인으로 구분한다.

사람들이 저마다 다 다르고 자기만의 사연이 있고 개성을 가진 특별한 존재라 하더라도 특정한 몇몇 범주로 구분할 수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모든 사람들이 서로 단 하나도 겹치지 않고 다 특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을 통해 몇몇 유형으로 구분하여 연구할 수 있다. 공통 요소를 만드는 가장 유효한 기준이 경제 수준이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경제 수준이 발전하면 그에 따라 시간의 가치도 높아진다는 특징이 가장 대표적인 문화 현상이다. 중국의 경우를 예로 드는데, 예전 세대와 달리 지금 중국의 젊은 세대들은 우리나라처럼 ‘빨리빨리’에 해당하는 표현을 더 많이 쓴다고 한다.

고맥락문화와 저맥락문화로 문화적 요인을 구분한 부분도 눈에 띈다. 고맥락문화의 화법은 간접적인데 반해, 저맥락문화의 화법은 직설적이다. 당연히 우열은 없다. 다만 이 두 문화권의 사람들이 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의 문화적 특징을 배울 필요가 있는 것이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지형과 기후에 의해 매우 다른 문화권을 형성하는 대표적인 경우가 중국일 것이다. 중국은 크게 남방과 북방의 문화권으로 나뉜다. 문화권의 특징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말이 있다. “귤이 회하 남쪽에서 자라면 귤이 되지만, 회하 북쪽에서 자라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다. 남방과 북방의 식생, 다시 말해 “지표에 생육하고 있는 식물의 집단”의 차이를 보여주는 말이다. 같은 밥이라도 북방에서는 모든 먹는 것을, 남방에서는 말 그대로 밥만 의미하는 것도 이에 따른 차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독특한 문화 중 하나가 방에 신발을 신고 드나든다는 것인데, 이것도 이유가 있었다. 미국의 광대한 지리적 여건이 대중교통보다 자동차 문화를 더 발달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단독 주택은 차고가 실내와 바로 연결되어 있다. 일터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신발을 신고 이동하는 경로가 주로 실내에서 실내로 이어진다는 특징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신발이 더러워질 일이 없으므로 벗지 않고 생활하는 방식이 자리 잡은 것이다.

지구촌(글로벌)이라는 표현은 근대 이후 현대 사회로 들어서면서 세계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비유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세계는 작은 동네가 아니다. 작은 동네라 하더라도 천차만별의 특성을 가진 개인들이 구성원을 이루듯, 지구촌의 특성은 단일화할 수 없는 복잡한 상호작용 속에서 관계를 이루고 있는 총합인 것이다. 『지리의 이해』를 통해 독자들은 이처럼 복잡다변한 세계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보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다양성과 조화라는 이 시대의 과제는 오히려 점점 더 어려운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만큼 시의적절한 기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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