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 : 구동 편 - 종족, 계급, 전투 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
티머시 힉슨 지음, 방진이 옮김 / 다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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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나 판타지 계열의 소설을 쓰기 위한 세계관의 기본적 구조와 개념 구축을 다룬 ‘생성 편’에 이어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라고 할 수 있는 ‘구동 편’에서는 우선 등장인물들의 구체적 행위 장면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탐구한다. 저자는 먼저 ‘거시적 관점’과 ‘미시적 관점’이라는 두 가지 관점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거시적 관점은 그 싸움 장면이 전체 이야기의 흐름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 고려하는 것이고, 미시적 관점은 해당 싸움의 장면 그 자체의 세부적인 묘사에 집중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거시적 관점은 전쟁의 전반적인 흐름, 미시적 관점은 국지적으로 벌어지는 개별 전투들의 양상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것은 싸움뿐만 아니라 특정 행위를 묘사하는 데 있어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틀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특정 행위가 전개되기 위해 필요한 장치가 있는데 우선 물리적 환경이다. 앞서 언급한 싸움의 경우 실제 격투가 벌어지는 데 적합한 공간과 장치의 설정들을 미리 고려하는 것이다. 싸움은 구체적인 신체의 움직임으로 묘사되는데, 이런 움직임은 주변 공간과 그 안의 사물들의 배치에 따라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캐릭터의 행동 반경을 자유롭게 하거나 제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인물의 주관적 경험이라는 내적 장치를 통해 해당 격투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드러내는 효과로 사용할 수도 있다.

다음으로 속도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설에서 속도감이란 독자 입장에서 사건을 경험하는 속도를 의미한다. 여기서도 거시적 감각과 미시적 감각이라는 관점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작품의 전반적인 속도감은 저자가 의도하는 주제와 메시지에 따라 평균적으로 빠르거나 느리게 설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전개되는 개별 에피소드들은 작품 전체의 흥미를 떨어트리지 않기 위해 어느 정도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 긴급하고 박력 있는 전개로 독자를 흥분하게 할 필요가 있는 지점에서는 급발진하듯 빠르게 몰아부치는 속도감 있는 문체가 요구된다. 반면 등장인물의 감정에 대한 밀도 있는 전달이 필요할 경우에는 시간이 늘어지는 감각이 들듯이 길고 복잡한 문장으로 효과를 줄 수 있다.

작품의 흥미로운 전개 중 하나는 주요 등장인물의 신념이나 정서, 태도의 변화가 일어나는 경우다. 저자는 여기서 이런 변화의 요소를 주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한다. 첫째, 현실을 통해 등장인물이 가진 믿음이 변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목적을 위해서라면 불가피하게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믿는 주인공이 사건을 겪으면서 오히려 그런 자신의 믿음 때문에 더 큰 피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깨달음으로 마음가짐을 바꾸는 경우다. 둘째는 상황 자체에 급격한 변화를 주어 기존의 방식으로는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수 없어서 주인공이 행동 기조를 바꿀 수밖에 없는 경우를 설정하는 것이다. 셋째는 등장인물의 삶에 새로운 인물을 끼워넣어 세계관이나 관점, 성격이 영향을 받아 변화된다는 경우다.

SF나 판타지의 세계관을 구축한다는 것은 작가로 하여금 일반 문학 장르보다 더 큰 권한을 부여받은 느낌을 준다. 한마디로 기독교의 창조주와 같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성보다 내적 일관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저자의 조언이 더 와닿는다. 한편 ‘구동 편’의 후반부는 작품의 내적 얼개가 되는 종의 기원, 역사, 정치제도 등 구체적인 세계관 설정 내용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부분이 오히려 ‘생성 편’에서 다루기에 더 적합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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