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행위가 전개되기 위해 필요한 장치가 있는데 우선 물리적 환경이다. 앞서 언급한 싸움의 경우 실제 격투가 벌어지는 데 적합한 공간과 장치의 설정들을 미리 고려하는 것이다. 싸움은 구체적인 신체의 움직임으로 묘사되는데, 이런 움직임은 주변 공간과 그 안의 사물들의 배치에 따라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캐릭터의 행동 반경을 자유롭게 하거나 제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인물의 주관적 경험이라는 내적 장치를 통해 해당 격투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드러내는 효과로 사용할 수도 있다.
다음으로 속도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설에서 속도감이란 독자 입장에서 사건을 경험하는 속도를 의미한다. 여기서도 거시적 감각과 미시적 감각이라는 관점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작품의 전반적인 속도감은 저자가 의도하는 주제와 메시지에 따라 평균적으로 빠르거나 느리게 설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전개되는 개별 에피소드들은 작품 전체의 흥미를 떨어트리지 않기 위해 어느 정도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 긴급하고 박력 있는 전개로 독자를 흥분하게 할 필요가 있는 지점에서는 급발진하듯 빠르게 몰아부치는 속도감 있는 문체가 요구된다. 반면 등장인물의 감정에 대한 밀도 있는 전달이 필요할 경우에는 시간이 늘어지는 감각이 들듯이 길고 복잡한 문장으로 효과를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