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가 아름다움의 본질에 관해 디오티마라는 여성과 토론했다는 장면이 ‘향연’에 나온다고 하는데, 어떤 이들은 이 디오티마를 가상의 인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녀가 실존 인물이든 아니든, 여성이 어엿한 철학 토론의 주체로 여겨졌다는 사실 아닐까? 플라톤도 그렇고 소크라테스도 할 일 없이 여성을 끌어들였을리 없지 않은가.
한편 수학사에서도 중요한 인물로 거론되는 4세기 경의 히파티아라는 인물도 주목해야 한다. 그녀는 비기독교인이면서도 기독교인들과의 깊이 있는 교류를 했고, 동시에 유용한 지식을 전달하는 입장이기도 했다는 점에서, 기독교에서도 중요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당대 권력자들의 정치적 다툼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기독교도들에 의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음으로써 후대에 큰 안타까움을 주었다.
헤리엇 테일러 밀은 존 스튜어트 밀의 아내이기도 했는데, 남편의 업적에 오랜 시간 가려져 있던 인물이었다고 한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사회적 성을 의미하는 ‘젠더’라는 용어는 1950년대에 나왔지만, 이미 그 이전, 그러니까 19세기 중후반에 생물학적 성과 사회적 성의 개념이 테일러 밀에 의해 구분되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