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원서 깊이 읽기 - 원서에서 보석을 캐는 최적의 독법
함종선 지음 / 북하우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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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책을 읽을 때 단순한 지식이나 정보만을 습득하기 위해 읽지는 않는다. 내용을 통해 새로운 것을 깨닫고 그것을 내 삶에 적용해보기도 하고, 행간에 숨은 의미를 발견하거나 책 내용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영어 원서의 경우도 결국 그런 읽기가 가능해야 한다. 단순히 내용을 이해하고 축약하거나 영어 어휘 공부만이 목적이 된다면 깊이 있는 영어 문해력을 기르기는 힘들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단순 학습 목적의 원서 읽기로는 얻을 수 없는 인문학적 가치를 충분히 사고하고 음미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선별의 열두 편의 작품으로 원서 읽기의 즐거움과 수준을 한층 높이고자 한다. 먼저 작가와 작품에 대한 간단한 배경정보를 알려준 뒤 작품의 줄거리 및 본문 뒤에 숨은 속뜻이나 맥락을 짚어본다.


예를 들어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초콜릿은 인생의 즐거움이나 기쁨, 행복을 상징한다. 반면 인간의 쾌락 추구 및 탐욕을 의미할 수 있다. 대상 독자가 어린이인만큼, 무절제한 욕심으로 초콜릿을 독차지하려 하지 말고 나누어 먹으라는 교훈으로 끝맺는다. 저자는 여기서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이 작품이 영국 사회의 구체적 현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전한다. 예를 들어 초콜릿은 앞서 말했듯 행복과 탐욕이라는 일반적인 이중적 의미에서 더 나아가 빈부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작품 속에서 두 가족을 통해 표현된다고 한다. 여기에 흑인 노예 논쟁까지 일으킨 작품이라고 하니 더 흥미가 생긴다.

얼마 전 한 조사에서 최고의 영미 소설로 꼽히기도 했던 ‘앵무새 죽이기’에 대해 저자는 어떻게 다뤘을지 살펴보자. 우선 이 작품은 1961년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며 미국 도서관 사서들이 뽑은 20세기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쯤 되면 중고등학교 수업 교재나 수록 작품으로 더욱 많이 읽히는 작품인 것은 당연할 것이다. 용기와 공감 등 미국이 중요시하는 가치를 1930년대의 미국을 배경으로 설득력 있게 그려낸 것이 미국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발돋움하게 한 것이다. 이 작품은 구체적으로 당시 미국의 사법 제도의 인종차별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으며, 미국 사회의 퍼진 타 인종에 대한 편견과 증오심을 비판적으로 다루고 있다. 작가의 자전적 요소가 이 작품을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오도록 한 것 같다.

마지막 열두 번째 작품인 특이하게도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 연설문’을 소개한다. ‘스테이 헝그리, 스테이 풀리쉬’(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말로 많이 알려진 연설문으로, 많이 회자된 바 있다. 그의 전기작가인 월터 아이작슨이 이 연설문에 대해 “기교적 미니멀리즘”이라 규정했다고 한다. 잡스는 이 연설문을 세 가지 이야기로 구성했는데, 이것은 그의 인생의 세 시기를 요약했다고 볼 수 있다. 대중에게 익숙해질 정도로 많이 알려진 그의 삶과 업적, 죽음이긴 하지만, 이 연설문을 통해 조금은 더 내밀한 잡스의 철학과 신념을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 역시 어떤 의미에서는 유명한 작품들의 요약집처럼 읽혀질 위험이 있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저자의 해설이나 숨은 의미를 찾는 해석의 방식을 흉내내어 다른 영어원서를 읽을 때 적용해보는 것이 첫째이며, 둘째로는 꼭 저자처럼이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품을 요약해보고 뒤집어보고 재해석하는 과정을 꾸준히 연습해보는 것이다. 이때 누군가 지도해줄 사람이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중요한 것은 여러 권을 인스턴트 식품 섭취하듯 대강 파악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 권이라도 제대로 푹 빠져 풍성하고 깊이 있게 읽는 찐한 독서 경험일 것이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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