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니체가 내 삶을 흔들었다 - 니체와 함께하는 철학 산책
장석주 지음 / 문학세계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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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과 모색이 실종된 시대다. 자기 자신에 대한 반성은 찾아보기 어렵고 남의 탓이 곳곳에서 난무한다. 남탓은 둥글지 않다. 뾰족해서 당사자가 아닌 누군가의 어깨에 스치기만 해도 깊은 상처를 낸다. 물리적인 상처는 눈에 보이니 치료라도 할 수 있지만 내면의 긁힌 흔적인 눈에 띄지도 않아 잠복해 있다가 그 사람의 내부부터 조금씩 오염시킨다. 이런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그 흐름에 물들지 않고 자신을 돌아보고 겸손한 자세로 자기 중심을 시작으로 주변부터 정리정돈하려는 사람에게 니체는 처음에는 따끔한 주사일지 몰라도 나중에는 이보다 더 확실한 백신은 없다는 확신을 하게 되리란 생각을 해본다.

저자는 니체를 읽어야 할 이유를 백 가지도 넘게 말할 수 있다고 하지만 가장 먼저 니체 철학이 “우리 내면의 삶과 의지를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것은 보통의, 만만한 거울이 아니다. “자기 삶을 분쇄하고 그것을 뭉쳐서 만든 거울”이란다. 무시무시하지 않은가? 하지만 몸에 좋은 약이 쓰다는 말도 있는 것처럼, 우리가 니체로부터 그런 거울을 얻을 수 있다면 “만족은 없지만 싫증도 없는 지치지 않는 생성”, 이란 것을 경험할 수 있으리라.

이것은 흡사 기독교에서 말하는 철저한 자기 부인을 말하는 것 같다. 온전히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는 자만이 예수를 따를 수 있는 것처럼, 삶을 새롭게 만드는 니체의 철학은 철저히 자기 자신을 태워 쌓인 재 위에서 성립될 수 있다. 그것은 큰 용기와 의지, 결단이 필요하다.

신을 죽일 수밖에 없었던 니체에게 대안은 인간이었다. 인간의 가능성,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인간이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고통이 수반되어야 한다. 생을 긍정하기 위해서는 그때까지 익숙해져 있고 물들어 있던 세계관과 고정관념, 습관, 버릇들을 모두 깨트려야 한다. 인간은 이전과는 다른 가치 기준을 들고서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절망에서 희망의 색으로 물들여야 하는 임무를 새롭게 부여받았다.

니체의 철학에서는 노동도 탈바꿈되어야 할 대상이다. 굳이 철학적 성찰에 갈 것도 없이 현대 사회의 노동은 사람들을 새로운 계급 체계로 재배치했다. 개인의 탄생은 화려한 꽃을 피우지 못하고 변장한 지배계급의 현란한 속임수에 다시 종속적 위치로 내몰리고 있다. 니체는 요구한다. 자기 주체적 삶, 창조적 삶을 보장하지 않는 노동은 배제되어야 한다고. 참된 육체적, 정신적 건강은 노예의 삶에서 불가능하다.

최근 들어 니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기독교계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보여 이채롭다. 한국 개혁신학 목회의 한 축이라 할 수 있는 열린교회 김남준 목사도 니체 연구에 푹 빠져 있다는 발언으로 관심을 끈 바 있다. 니체의 철학은 기존의 사고와 가치체계를 전복하며 인간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이끌어내려 한 이단적 움직임이었다고 할 수 있다. 더 강인한 인간상을 요구하며 사람들을 몰아부치는 니체의 철학이 원래 그의 의도에 부합하는 건지 아니면 입맛대로 변용된 건지 솔직히 판단하기 어렵다. 니체조차 당대보다 죽고 나서 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니 지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니체의 정신을 이식시키고픈 지식인들의 욕구는 과한 욕심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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