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뜻하는 해(海)라는 한자에는 어머니(母)가 들어 있고, 어머니를 뜻하는 프랑스어 ‘mere'에는 바다(mer)가 들어 있다고 한다. 어머니라는 존재의 존재감, 어머니의 사랑의 깊이, 큰 자비와 긍휼, 은혜가 바다라는 이미지로 은유되어 인류의 의식에 자리 잡고 있는 느낌을 준다. 애초에 생명의 근원을 바다로 보는 과학 이론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바다는 모든 보는 이에게 그 광대함 속의 포용성을 통해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최대한의 거룩하고 경건한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는데, 그것에 가장 가까운 이미지 혹은 존재가 어머니라는 존재 안에 구현되어 있는 것 같다.
이어령 선생에게 어머니란 존재의 의미는 다음과 같은 한 마디에 응축되어 있다. ‘현존하는 거대한 부재’, 즉 이미 오랜 옛날, 어린 이어령 선생을 남겨 두고 돌아가신 분이지만, 평생에 걸쳐 이어령 문학의 근원으로 계속 살아계셨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유형과 무형,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을 뛰어넘는 실존으로서, 쉽게 정의할 수 없는 근원적인 에너지로 현실에서는 문학이라는 형태로 이어령 선생을 통해 생명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