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사라진 스푼 - 주기율표에 얽힌 과학과 모험, 세계사 이야기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상들의 이름이 길게 나열된 족보에는 단순히 그 사람이 존재했었다는 사실뿐만이 아니라 그 사람을 둘러싼 역사와 문화, 사회와 문화 등의 요소가 함께 녹아 있다. 그래서 그와 관련된 사실을 하나라도 더 알고 보는 것과 그냥 덩그러니 이름의 나열이라고만 생각하고 보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주기율표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화학시간에 억지로 외운 주기율표와, 원소 하나하나에 얽힌 이야기와 그 원소로 인해 우리 삶의 어떤 것들이 새로 생기고 큰 변화를 겪었는지 알고 보는 주기율표는 이미 같은 주기율표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저자 역시 어린 시절부터 이런 경험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저자의 경우 ‘수은’이라는 물질이 어린 마음에 상당히 깊은 인상을 남겼던 모양이다. 수은 성분의 독특한 성질과 움직임은 이내 이 원소에 관련되어 있는 역사와 어원학, 연금술, 신화, 문학 등으로 그 관심의 가지가 뻗어 나가게 하였고, 이런 경험은 뒤에 알게 되는 수많은 새로운 원소들과 그 이야기들의 발견으로 저자의 삶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다. 그렇다. 이 책은 원소에 얽힌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하지만 밝은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다. 비극도 있고, 코미디도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원소는 화합물이 아닌, 순수한 형태의 더 이상 쪼개지지 않고 변하지 않는 입자, 즉 물질의 기본 단위를 의미한다. 이제 관찰 기술이 발전해서 원소를 구성하는 더 작은 세계를 볼 수 있게 되었지만(예를 들어 헬륨 원자를 예로 들어보면 전자와 양성자, 중성자 각 2개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도 우리 삶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물질의 단위는 원소라고 할 수 있다. 원소 내부의 구성과 성질은 우리가 보는 주기율표이 구조를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모든 과학의 업적은 그 업적을 이룬 사람들의 삶과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지금 주기율표가 있기까지 어떤 사람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지 알려준다. 하지만 사람 이야기라는 게 주연이 있고 조연이 있는 드라마처럼, 지금까지 이름을 남긴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사람이 있었는지조차 인식할 수 없는 인물들도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주기율표는 인간의 기원이 무엇인지에 대한 힌트를 주고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유익하다. 보통 빅뱅과 같은 우주 이벤트를 통해 지금 우리가 아는 원소들이 만들어졌다고 본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태양처럼 비교적 젊은 별은 수소와 헬륨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늙은 별로 분류되는 항성에서는 이것 말고도 다른 원소들이 수십 종이나 된다는 사실이다. 이런 식으로 별은 원소를 계속 만들어내고 있고, 그중 일부를 취하여 형성된 인간이라는 존재로, 우리는 이 땅에 온 것이다.

우주에서는 창조와 탄생, 물질과 생명의 확산이라는 아름다운 음악으로 원소의 역할을 이해할 수 있지만, 지구 위 인류의 역사는 그렇지 못했다. 특히 화학의 발전은 전쟁의 역사와 연결되어 있다. 거기다 자본주의의 탄생과 폭발력은 특정 원소가 돈이 될 경우 그 원소가 있는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여기에는 정치적 사회적 요소들이 요동친다. 자연적인 원소는 아무 말이 없는데, 인간들이 온갖 사연을 만들어낸다. 과학 혹은 과학적 사실이 절대 불편의 가치 기준이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한데, 오히려 이 책의 내용을 통해 과학이 얼마나 인간적인 학문이며 수단인지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