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할 틈 없는 경제학 - 옥스퍼드 경제학자가 빠르게 짚어주는 교양 지식
테이번 페팅거 지음, 조민호 옮김 / 더난출판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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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나 그래프가 주가 아닌 컨셉의 경제학 책은 이전에도 많이 나왔었다. 그런 종류의 책들은 오로지 스토리텔링이나 직관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이미지 편집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데, 홍보하는 것과 다르게 쉽게 읽거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더난콘텐츠에서 출간된 『지루할 틈 없는 경제학』은 독자가 이 책을 선택한다면 최소한 재미가 없어서 후회하지는 않을 거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뿜어내고 있으며, 그런 소망을 품고 있는 듯한 제목이다. 과연 정말 지루할 틈이 없는지 궁금해진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글을 쓰는 능력에 정말 차이가 존재하긴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제목을 떠나서 글이 술술 잘 읽힌다. 번역도 무척 잘된 것 같다. 그런 기본적인 사항 외에 우선 이 책의 구성이 괜찮다. 제1장 경제적 오류,에서는 이미 대중에게 잘 알려진 ‘러다이트 운동’이나 ‘깨진 유리창 이론’, ‘제로섬 게임’, ‘매몰 비용’, ‘가격 거품’ 등의 개념이 나온다. 그러나 이런 익숙한 개념을 풀어내는 방식이 독자가 딱 읽기 좋게 맞춰져 있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노동 총량의 오류’는 우리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가지는 선입견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깨닫게 해주며, ‘구성의 오류’는 익숙한 ‘공유지의 비극’ 개념을 더욱 흥미롭게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관점을 제시한다.




제2장 정치적 곤경,에서는 정부가 경제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 많은 부분들이 경제 자체보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뤄진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 준다. 또 통화 가치를 일부러 떨어트려 자국의 수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이익일지 모르나 국제 무역의 불균형을 일으켜 총체적으로 나빠지게 만드는 근시안적 불량 정책임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사례는 일본이 생생하게 보여주었고, 중국도 이런 시도를 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3장 실생활 경제 상식,에서 제일 눈에 띄는 내용은 ‘원자재’가 풍성한 나라가 어떻게 몰락할 수 있는가를 조명한 내용이다. 기존에 강대국으로 군림했던 나라의 경우 풍성한 부를 국가의 산업 발전을 위한 투자로 활용하지 못하고 사치스럽게 탕진한 사례가 있었고, 해외 기업에 독점권을 내주고 자국의 원자재로 인한 경제적 이익을 거의 얻지 못하는 아프리카의 사례는 안타까움의 극치였다.

4장 전쟁의 경제학,에서는 전쟁이 경제 발전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를 살펴본다. 폐허가 된 나라에 외국의 건설인프라 업체가 들어가 재건 사업을 벌이면 분명 경제적 파급 효과가 있긴 하다. 문제는 그것은 다른 장에서 다룬 제로섬 게임에 다름아니라는 사실이다. 결국 전쟁 자체가 총량으로 봤을 때 경제 성장에 무조건 좋은 요소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이라크 전쟁 같은 사례를 보면 미국이 얼마나 큰 손해를 봤는지 확인할 수 있다.





5장 환경의 역습과 6장 비즈니스의 신화는 지금까지 주류 경제학이 지배했던 금융과 재정운용, 가치 설정의 기준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야 필요성을 생각하게 한다. 성장지상주의 중심의 경제시스템은 필연적으로 자원의 고갈과 환경 파괴, 기후 위기라는 난제를 인류에게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현재의 경제 시스템, 정책 등은 한계를 넘어 위기에 봉착한 상태라는 말이다.


이 책의 결론은 미래의 지속가능한 경제 시스템 운용의 핵심에 균형과 환경이라는 이슈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경제학적 사고방식과 논증이 얼마나 유용한가도 보여주었다. 경제학은 결국 선택의 학문이란 것도 알 수 있었다. 현명한 선택을 하는 데 있어 경제학의 유용성과 가치가 제대로 전달되기만 한다면, 경제학은 정말 매력적이란 생각도 들게 하는 책이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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