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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언어를 만나다 - 당신의 시선을 조금 바꿔줄 스페인어 이야기
그라나다 지음 / 북스토리 / 2022년 4월
평점 :
세상을 바라보거나 이해하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일반적이라고 한다면 ‘비교’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비교한다는 A와 B의 차이점이나 공통점을 찾아보는 것이다. 공통점을 통해 친밀감을 높이고 차이점을 통해 더 깊은 이해에 이를 수 있다는 점에서 비교는 아주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시대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통해 이해관계를 가늠하고 편가르기에 더 치중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이번에 출간된 『태양의 언어를 만나다』는 외국어라는 문화적 요소를 통해 삶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탐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별히 스페인어라는, 나라 이름이나 미디어를 통해 소개되는 이미지로는 스페인이 무척 익숙하지만, 스페인이라는 나라가 쓰는 주 언어라는 측면에서의 스페인어는 생각보다 많이 낯설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스페인 언어의 특징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감정의 긍정적 선순환을 일으키는 스페인어 표현들이 많다는 점이었다. 특히 감사와 관련한 표현에서는, 동양의 경우에는 감사함에 겸손이나 미안함의 감정이 섞여 있어 복합적인 반면에, 스페인어에서는 감사 표현에 대해 ‘너는 호의를 받을 만한 사람이다’라는 식으로 답변한다는 사실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감사하면 할수록 서로를 존중하고 높이는 긍정의 문화가 언어 생활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특징이라면 스페인어는 철자에서 보이는 그대로 읽히는 것이 다기 때문에 경제적이며 매우 빠르게 배울 수 있다는 점이었다. 영어처럼 모음의 발음법이 여러 개가 아니고 하나인 점, 그리고 자음에서 우리말의 ‘ㄲ, ㄸ, ㅃ’에 해당하는 된소리가 많다는 점이 매우 선명하고 또렷한 느낌을 주는 언어라는 인상을 주었다.
태양은 모든 것을 밝게 비춘다. 어두운 곳, 가려진 곳에 있는 것들의 모습을 드러낸다. 스페인어도 비슷하다. 모든 것을 비추는 태양의 명확한 성질처럼, 여러 발음을 숨기고 있지 않고 한 모음에 하나의 발음만을 허용하는 분명한 성격 말이다. 저자가 스페인어를 태양의 언어라고 말한 것은, 아마도 스페인어 발음에 이런 간결한 특성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외국어를 공부할 때 가장 힘들어지는 지점 중 하나가 바로 하나의 단어가 여러 의미나 뉘앙스를 지닐 때, 그것이 특정 맥락에서 가지는 적절한 의미를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일 텐데, 이 책에서 영어의 'concern'에 해당하는 스페인어 'preocupado'를 설명하는 부분의 예시가 해당 고민의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주어 좋았다. 한 가지 다의어에 담긴 여러 개의 뜻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연관성을 가진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 의미를 익히는 데 큰 도움이 되리란 생각이 들었다.
스페인어 문장을 보면서 들었던 가장 큰 의문이 느낌표나 물음표를 거꾸로 뒤집어 문장 앞에 두는 형태였는데, 이에 대한 설명도 흥미로웠다. 어순이 자유롭고 문장이 긴 스페인어의 특성상 의문문과 감탄문을 바로 구분할 수 있게 한 국가적 조치로 나온 결과라고 한다. 이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문장 길이와 상관없이 보편적으로 사용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스페인어에 대한 흥미를 일으키면서 그 매력에 점점 끌리게 한다. 발음의 진입장벽이 낮게 느껴져서인지 빨리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든다. 그리고 저자의 담백하면서도 깔끔한 문장은 내용에 대한 전달력이 높아 이해가 쉽고 읽는 즐거움이 있다. 밝고 친절하며 긍정적인 기운이 넘치는 스페인어의 일면을 멋지게 소개해준 저자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