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웨이, 마음의 소리를 듣는 시간 - 세상의 모든 소리에 귀 기울여 나를 바꾸는 법
줄리아 캐머런 지음, 이상원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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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행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신약성경 로마서 10장 17절의 구절 중 일부다. “믿음은 들음에서 난다”. 인간이 어떤 것을 믿을 때, 신념을 가질 때는 외부에서 오는 어떤 정보를 접하고 거기에 마음이 빼앗기거나 적어도 받아들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다. 그때 일어난 마음의 작용은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정도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 기독교에서는 그 핵심 정보 혹은 지식의 원천을 신의 말씀, 혹은 신의 아들의 말씀으로 정해두었다. 문서화된 말씀은 읽거나 듣는 사람들의 행위를 통해 전해진다. 이 과정을 ‘들음’이라는 하나의 행위로 정리한 것이 위 성경 구절이다.

듣는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의 삶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초기 인류가 살아 남아 지금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그 예민한 청력에 기인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생존 본능은 사람들의 능력을 다방면에서 계발시켰고 더욱 발달하게 만들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인간의 본능적인 행위의 중심에 ‘들음’이 있다. 오롯이 실존적인 차원에서 듣는 능력을 발휘해야 했던 인류는 어떤 면에서 모든 감각이 극대화된 초인이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현대인의 모습을 보면 그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이 책도 그런 점을 지적하고 있다. 기술이 발달하고 문명이 발달할수록 인간은 역으로 생각이나 행동의 반경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더 넓고 먼 거리를 더 단시간에 이동하고,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통신 기술을 통해 굳이 움직이지 않고도 아주 먼 거리에 있는 상대와 소통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불통의 시대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아이러니를 목격하게 된다. 서로 의지하고 협력하면서 발전해온 인류의 역량은 이제 낯선 것이 되고 있다. 오히려 비본질적인 문제에서 사람들은 똘똘 뭉치고, 정말 서로 도와야 할 부분에서는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

이 모든 축복의 부작용이 충만한 시대에, 축복이 오히려 재앙의 원천이 되고 있는 시대에, 다시 인간을 인간답게 하고 정신적으로 풍요롭게 하는 예술적 감각을 회복시키는 방법으로 저자는 ‘들음’이라는 인간의 능력을 원래의 용도로 돌이켜 사용해볼 것을 주문한다. 그리고 외부 환경의 목소리에서 타인의 목소리로, 그리고 가장 깊은 단계인 내면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 책이 전하는 모든 들음의 핵심에는 겸허함과 배려, 존중이 있다. 자연으로부터 생의 기쁨을 충만히 누리게 하는 리듬을 배우고, 타인의 감성으로부터 애초에 우리가 가장 안전하고 평화롭다고 느꼈던 공동체의 원초적 갈망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이 단계들을 지나 무엇보다도 내면의 목소리가 전해주는 인생의 진리에 반응하는 법을 익힘으로써 자아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자아를 자유롭게 하면서도 외부 세계와의 교차 지대를 창조적으로 확장시켜 나가는, 가장 멋진 삶의 방식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분명 익숙하지 않아 불편하고 어색할 테지만, 시도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지혜와 통찰들이 이 책에 넘쳐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네이버 「리앤프리 책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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