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돈, 힘

땅, 돈, 힘 - 정치경제와 지정학으로 배우는 금융투자 이야기
신환종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4월

확실히 코로나19가 터지기 전까지 가장 큰 이슈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점점 커지는 상황이었다. 미국은 좀 더 많은 이익을 위해 중국을 키웠고, 중국은 세계적으로 그 영향력이 점점 확대되면서 이제 독자적으로 미국과 힘을 겨루어 이기려는 생각까지 품고 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팬데믹 이후 전혀 새로운 종류의, 낯선 혼란이 세상을 휩쓸었기에 직전의 위태로운 상황은 잠시 수면 아래로 모습을 감췄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또 다른 돌발변수가 포스트코로나의 분위기와 결합되면서 또 다시 전 세계를 불안과 공포에 밀어넣고 있다.

이 책은 다양한 국제적 금융 환경과 정치·군사적 상황의 상호작용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이런 상황에서 국제적으로 전문적인 투자자나 투자회사들은 어떤 기준과 방식으로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지, 그리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경제와 투자의 관점으로 봤을 때 어떤 방향성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발하면서 곡물 및 주요 원료를 취급하는 회사의 주가가 급등하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의 혼란이 우리의 경제적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도 누군가는 막대한 이익을 보고 있다는 것 등을 깊이 생각하게 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뉴스에 가장 먼저 언급되는 기관들이 서구의 신용평가기관들이다. 동양권의 떠오르는 유력한 기관들도 있지만, 아무래도 지금까지 계속 기준이 되어온 서구 기관들의 공신력이 쉽게 추월당하진 않을 것이다. 그들은 지금과 같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각국의 경제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는 주목할 만하다. 그들의 입에서 한 국가의 투자 가치가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그들이 활용하는 지표는 명목 GDP, 인구, 1인당 GDP, 1인당 구매력, 실업률 등인데, 여기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바로 ‘인구’다. 경제 활동이 가능한 사람들의 숫자는 곧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무엇보다 사람이 있어야 경제 활동을 하든 정치 활동을 하든 할 것 아닌가?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미래는 매우 암울한 상황이라고 평가된다.

정부의 문제해결 능력도 중요하다. 이 점에서는 사실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봤을 대 매우 혼란스럽다. 지금 우리나라 정부와 주요 정치 세력들이 골몰하고 있는 문제가 실질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제와 사회 발전에 얼마나 필요한 일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도 결국은 자기 편이 얼마나 더 큰 파이를 차지하느냐의 대리전일 뿐이라는 점은 그리 새롭지 않지만, 그것이 포괄적으로 나라에 유익이 되는지 해가 되는지 정도를 파악하는 것은 국민에게 매우 현실적이고 절실하게 요구되는 역량이라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서는 현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정부의 부패와 무능력이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러시아에게 침략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 우크라이나 자체의 문제만이 아니라 러시아 내부적으로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가 코로나 사태로 인한 에너지 가격의 변화가 하나의 기회로 받아들여졌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가 궤도를 이탈하고 부와 권력이 한쪽으로 편중되면서부터 중국이나 러시아의 불만이 쌓여왔다는 점, 그리고 이런 상황을 두고 지속적으로 테러를 감행하는 강경파 이슬람 세력의 존재 등이 새로운 세계질서를 노리는 러시아로 하여금 본격적으로 움직임을 강행하게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경제 문제를 보는 시각이 더 넓고 깊고 다양해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정계와 경제계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세계 경제 상황의 격변이 어떤 세계적 맥락에서 작동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세상의 흐름을 파악하는 안목을 한층 높여줄 것이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