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필로소피 - 테크네에서 에로스까지, 오늘을 읽는 고전 철학 뿌리어 EBS CLASS ⓔ
김동훈 지음 / EBS BOOKS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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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근원을 탐색하는 일은 정신을 맑게 하는 일이다. 지금 우리가 쓰는 많은 말들은 수많은 세월이 흐르면서 그 원뜻은 모호해지거나 해체된 경우가 많다. 물론 시간의 세공을 받으면서 더 세밀한 의미로 효율성을 더하는 효과가 있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경우 그것은 본질을 찾아가는 것이기보다 현상에 대한 잡다한 다툼으로 시간을 낭비하게 만든다. 우리가 보는 정치가 대표적인 예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제쳐놓고 비본질적인 문제들로 엄청나게 많은 재정과 시간, 인력을 낭비한다.

인간은 참으로 이상한 존재다. 왜냐하면 앞서 언급한 현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되돌리기를 몹시 꺼려한다. 왜냐하면 당장 내려놓아야 할 이익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마치 코로나19가 발발했을 때, 경제를 잠시라도 멈추면 모든 것이 붕괴될 것 같아 벌벌 떨며 어떻게든 이익을 창출하는 그 시스템을 유지하려는 그 발버둥 속에서 병균은 더 세찬 기운으로 번져나갔던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유를 파고 들어가면 결국 욕망의 수레바퀴를 멈추고 싶지 않았던 인간의 탐욕이 코로나를 더 거센 화마로 만든 것은 아닌지.




아무튼 이런 현실적인 사정들 때문에 우리의 정신 문화는 점점 더 물질화되고, 핵심은 외면한 채 온갖 정신 사나운 논쟁과 거래만 넘쳐나는 세상에서 더 피폐해지는 꼴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언어라는 인간적 속성의 특별함을 끝까지 신뢰하는 사람들은 여기에서만이라도 희망의 불씨를 다시 살려보고자 하는 노력을 시도한다. 그 하나가 바로 우리가 쓰는 말들의 기원을 찾아 거슬러올라가 보는 것, 곧 언어의 뿌리를 통해 원래 우리가 쓰는 말이 의미했고 지향했던 바를 회복하는 것이다.

한 예로, ‘철학’이라는 말은 자연과 인간을 동시에 탐구하는, 다시 말해 과학과 인문학을 모두 아우르는 학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접하는 철학은 한쪽 날개를 잃고 어려운 말이 난무하는 심란한 세계로 변질되고 말았다. 그나마 요즘은 상업주의의 세례를 받아 조금은 가벼워진 모습으로 대중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이 흐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그리고 과학은 철학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한동안은 성공 가도를 달리는 듯했으나, 인문학적 통찰과 윤리적 감수성이 결여된 과학은 곧 인간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기형의 도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따라서 과학은 인문학을, 철학을 포함한 인문학은 과학적 체계성을 갖추어야 할 필요성이 힘을 얻게 되었고, 다시 이 둘이 융합되어야 진정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음이 인식되고 확산되어 그에 따른 후속 조치들이 다시 유행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이 책 『키워드 필로소피』에서 발견하게 될 내용이 바로 그 회복의 시도들이라고 할 수 있다. 어원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본질과 비본질, 우선해야 할 것과 미루어도 아무 문제 없을 것을 분별하는 지혜를 기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때 기술과 예술이 ‘테크네’라는 하나의 단어 속에서 통용되었듯, 우리가 끝없이 찢어내고 분리했던 개념들을 다시 결합시켜, 어느 한쪽에 편중되지 않은 배움과 실천의 덕목을 갖추는 연습의 모델을 우리는 이 책에서 보고 배울 수 있을 것이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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