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조금 더 읽어나가다 보면 앞서의 추측이 약간 빗나갔다는 걸 눈치채게 된다. 온조는 이 특별한 상점에서 아르바이트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고용되어서 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온조는 이 가게의 개점자이기 때문이다. 주인이면서도 아르바이트의 정체성으로 일을 해나가는 독특한 설정이다. 온조는 착하고 또 정의감이 넘치는 아이다. 온조가 중학생이었을 때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소방대원이었던 아버지의 성품을 그대로 물려받았는데, 이러한 성향이 상점의 운영 철학과 원칙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이 작품은 시간에 대한 가치가 돈으로 환산되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그것은 옳다 그르다의 문제는 아니다. 온조는 시간이 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전의 알바 경험을 통해 깨달은 후 ‘시간을 팔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라는 질문에 사로잡히게 된다. 상점의 설계도는 점차 윤곽을 드러낸다. 온조가 생각한 ‘시간을 판다’는 개념은 바로 누군가의 특별한 부탁을 들어주는 일을 의미한다. 시간을 파는 상점의 주인으로서 여러 일들을 해가는 가운데, 최초로 의뢰받은 일이 점점 문제가 커지는 형태로 소설은 긴장감을 더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