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파는 상점 (10주년 한정특별판) -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3월
평점 :
절판




『시간을 파는 상점』은 제목만 들어서는 언뜻 어떤 종류의 상점인지 파악하기 힘들다. 일단 현실적인 느낌은 아니다. 시간을 거래하는 몇몇 이야기들이 떠오르긴 하지만 소설의 첫 부분을 읽으면서 그런 종류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주인공은 백온조. 여고생이다. 자신의 사물함을 긴장하면서 열어보는데, 그 안에는 어떤 물건이 들어 있다. 그 물건을 원래의 주인에게 돌려놓는 것이 백온조가 첫 번째로 의뢰받은 일이라고 하는 걸 보면, 이 상점은 선대의 주인으로부터 백온조가 물려받았거나, 백온조가 어떤 일을 계기로 이 상점을 맡게 되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상점의 존재 이유는 거래다. 그런데 첫 번째 의뢰가 장물로 의심받을지도 모르는 물건을 원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이라고? 마치 무슨 심부름센터 혹은 문제를 해결해주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그런 종류의 업종을 연상하게 한다. 즉 ‘시간을 파는 상점’은 단순한 거래 이상의 문제를 취급하는 특별한 공간임을 알 수 있다.





소설을 조금 더 읽어나가다 보면 앞서의 추측이 약간 빗나갔다는 걸 눈치채게 된다. 온조는 이 특별한 상점에서 아르바이트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고용되어서 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온조는 이 가게의 개점자이기 때문이다. 주인이면서도 아르바이트의 정체성으로 일을 해나가는 독특한 설정이다. 온조는 착하고 또 정의감이 넘치는 아이다. 온조가 중학생이었을 때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소방대원이었던 아버지의 성품을 그대로 물려받았는데, 이러한 성향이 상점의 운영 철학과 원칙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이 작품은 시간에 대한 가치가 돈으로 환산되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그것은 옳다 그르다의 문제는 아니다. 온조는 시간이 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전의 알바 경험을 통해 깨달은 후 ‘시간을 팔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라는 질문에 사로잡히게 된다. 상점의 설계도는 점차 윤곽을 드러낸다. 온조가 생각한 ‘시간을 판다’는 개념은 바로 누군가의 특별한 부탁을 들어주는 일을 의미한다. 시간을 파는 상점의 주인으로서 여러 일들을 해가는 가운데, 최초로 의뢰받은 일이 점점 문제가 커지는 형태로 소설은 긴장감을 더해간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소설 속의 접점이 없는 서로 다른 에피소드들의 인물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내는 목소리임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메시지를 드러내는 부분인데, 예를 들어 속도가 너무 빨라진 시대에 대한 우려나 한탄이다. 구체적으로는 시간이나 변화의 속도에 온갖 조화를 이루던 것들이 균형이 무너지고 질서가 파괴되는 총체적 현상에 대한 슬픔이다. 이는 작가의 평소 생각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장치 같기도 하다. 하지만 작품은 청소년 소설답게 무거운 분위기로만 흐르지 않는다. 톡톡 튀는 즐거움과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뒤섞여 다채로운 색채를 띠는 청소년 시기의 감수성이 소설이라는 옷을 입고 아주 매력적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