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치 - 돈으로 살 수 없는 미래
마크 카니 지음, 이경식 옮김 / 윌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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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을 증류하면 무엇이 나올까?’ 모두를 위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하고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고민한 내용이 담긴 이 책에서 저자는 하나의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다. 인간성에는 다양한 요소가 있고, 각각의 상황에 어울리는 특정한 인간성이 그때마다 두각을 나타낼 것이다. 재정과 통화 정책의 전문가가 쓴 이 책에서라면 당연히 경제 혹은 시장과 관련하여 인간에게 가장 부각되는 인간성은 무엇인지로 질문을 바꿀 수 있다. 책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우리가 가장 일반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바로 그 인간성의 요소가 나오게 된다. 바로 ‘이기심’이다.

이 책은 가치(value)와 가치관(values)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다. 가치관은 원리나 기준, 가치는 중요성 내지 효용성을 말한다. 가치에는 매매의 논리가 적용되는 물질적 가치와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문제는 이 두 영역이 모두 시장에서 결정되는 금전적인 가치로 판단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근저에는 앞서 말한 증류된 이기심이라는 강력한 힘이 있다. 알다시피 보건, 교육, 환경 같은 우리의 삶의 질과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들도 돈의 논리로 결정이 좌우되는 현상은 자본주의의 가장 심각한 병폐들이다.




시장의 힘에 대한 맹신이 자본주의를 악마화한다. 다시 말해 경제와 관련해서 시장 근본주의 말고는 다른 걸 생각할 수 없게 만드는 지금의 세상은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하여 상상력의 빈곤을 심화하여 세상을 더 비인간화하고 물질 중심의 가치관을 더욱 고착시킨다. 그리고 그게 유일한 길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었다. 경제의 영역에 머물러 있어야 할 자본주의가 사회 전반의 기준으로 자리 잡는 과정은 인간이 타락하는 과정과 같은 맥락을 가진다.

이 책이 지적하는 우리 시대의 중대한 문제 중 하나는 우리가 ‘사회적 자본’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이것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고, 저자는 그런 노력을 해왔다고 자평한다. 사회적 자본을 재구축한다는 것은 달리 말해 자유시장 자본주의와 사회적 자본 사이의 균형 혹은 긴장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것을 쉽게 해석한 다음 말이 매우 중요하다. “자아의식에는 반드시 연대의식이 뒤따라야 한다” 이것은 지금의 자본주의가 본래 가졌어야 할 중요한 이중적 속성에서 한 가지가 심각하게 결여된 상태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경제와 사회적 가치를 공동으로 지향하는 지속가능한 금융의 모색이 저자가 바라보는 긍정적인 미래 시대의 전제조건이다. 왜냐하면 사회적 자본은 자본주의가 장기적으로 건강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계량화할 수 없는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계량화할 수 없는 가치란 곧 ‘인간성의 가치관’을 뜻하기도 한다. 이 책의 목적은 시장의 가치가 지금처럼 극심한 빈부격차와 사회혼란, 기후위기를 야기하는 주범에서 본래의 역할인 지속가능한 테두리 내에서의 인류의 번영과 행복을 보장하는 건강한 자본주의의 모습, 다시 말해 인간성의 가치관을 지키고 확산시키는 시장의 가치를 찾아주는 데 있는 것이다.

이 책이 제기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의 핵심에 인간의 이기심이 있다면, 그 해결책으로 인간이 지닌 ‘겸손’이라는 미덕이 최종적으로 제시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지나친 효율성이 초래한 재앙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을 따라가다 보면 요즘 인공지능 문제와 관련하여 인공지능이 결코 넘볼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에 대한 논의가 떠오르게 되는데, 결국 재정과 금융 분야를 아우르는 포괄적인 경제 시스템의 중심에 ‘사람’이 있음을 새롭게 깨닫는다면, 최소한 더이상의 파국은 막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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