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숫자들 - 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왜곡하는가
사너 블라우 지음, 노태복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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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사실이란 그때까지 나온 과학적 연구 결과에 의해 가장 진리에 가깝다고 합의된 내용을 말한다. 따라서 과학적 사실은 진정한 의미에서 ‘사실’ 혹은 ‘진리’가 아니며, 다만 그럴 가능성이 가장 높고 우리가 살아가기에 큰 혼란을 주지 않는 것 정도로 받아들여야 마땅하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시대는 어찌된 노릇인지 과학적이라고 하면 그것이 가장 객관적이고 절대 기준인 양 맹신하는 양상을 아무 거리낌 없이 받아들인다.

과학은 엄밀히 말해 진리를 밝히고 입증하는 학문이 아니라 어떤 가설이 얼마나 합리적이고 이론에 부합하는지 관측하고 검증하는 태도 혹은 자세라고 해야 한다. 다시 말해 관측된 사실이 이론과 얼마나 부합하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이 말은 이론 자체에도 허점이 있을 수 있고, 마찬가지로 관측 사실도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그러나 과학의 역사가 길어질수록 이 오류와 허점의 폭도 상당히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이러한 과학의 성과를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방식이 이해관계에 따라 여러 모양으로 변질되고 본질을 흐린다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가장 대표적인 과학의 언어인 숫자는 사실을 왜곡하고 자기 입맛대로 해석하기에 딱 좋은 수단이 된다. 왜냐하면 숫자만큼 우리의 삶에 밀접하고 큰 영향을 주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는 말이다. 저자 역시 이 점을 지적한다. 숫자가 매우 객관적이고 공정한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음을 보여주고자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숫자라는 존재 자체가 객관적일지 몰라도 이것이 인간에 의해 측정의 도구가 되는 순간 객관성을 잃는다. 왜냐하면 측정과 활용은 주관적인 결정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숫자에 대한 아이러니를 책 전반에 걸쳐 보여주고 있다.

수의 적절한 활용을 위해 사용되는 대표적인 수단이 ‘통계’다. 하지만 우리는 이 통계라는 방법조차 올바로 사용하거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가 통계자료를 볼 때 무엇을 고려하고 확인하며 그 결과물을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서도 자세하고 다루고 있다. 즉 숫자를 잘못 이용하는 다양한 사례들을 폭로함으로서 수에 대한 우리의 인식 혹은 고정관념을 깨트린다.




또한 받아들이거나 거부하고 싶은 심리에 따라 같은 숫자라도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사실도 우리가 깨달아야 할 매우 중요한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숫자는 심리이며, 이 심리적 작동 원리를 잘 다룰 수 있는 사람들이 주도권을 잡고 이익을 취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보는 각종 수치들은 절댓값이 아니며, 특정 사람들의 생각, 의도가 반영되었다는 것이며, 곧 우리가 그 사람들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숫자를 사이에 두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라는 흥미로운 구도를 제시한다.

데이터 선택의 주체가 누구인지 파악하는 것은 우리가 미디어에서 접하는 숫자가 어떤 의도를 숨기고 있는지 파악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이는 숫자가 우리의 삶을 얼마나 정확하게 표현 또는 반영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이제는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역량임을 알려준다.




이 책은 또한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중요한 사실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려주는 내용으로 새로운 깨달음을 준다. 이를테면 삶의 고단함, 눈물, 앞이 보이지 않은 사회적 약자들의 절망 같은 것은 수치화만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문제들이자 현상들인 것이다.

이 책의 말미에는 저자가 독자들에게 숫자의 의도를 바로 파악할 수 있는 훈련 매뉴얼, 즉 체크리스트를 제공하고 있다. 숫자를 전면적으로 내세우는 메시지의 전달 주체가 누구인지? 어떤 뉴스를 볼 때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지? 표준화되어 개개인의 사정을 파악할 수 없는 자료는 아닌지? 데이터의 수집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어떻게 분석되었는지? 등을 숫자 데이터를 볼 때마다 가져볼 것을 주문한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세상을 보고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데 도움을 주는 새로운 눈을 얻게 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다. 이제 더 이상 맹목적인 숫자 소비자가 아닌, 현명한 숫자 해석자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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