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해킹

휴먼 해킹 - 친구를 사귀고, 대화가 쉬워지고, 모든 인간 심리에 침입하는 9가지 기술
크리스토퍼 해드내기.세스 슐먼 지음, 노승영 옮김 / 까치 / 2022년 2월

이 책에 제시하는 기초적인 휴먼 해킹에 있어 가장 특징적인 것은 바로 그 기법을 자신에게 먼저 적용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나 자신을 먼저 알아야 상대방에 대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에 대해서 파악해야 할 핵심 요소는 바로 의사소통 방식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자신의 특성을 파악함으로써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 행동에 대한 더 큰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을 파악하는 것은 상대로부터 얻고자 하는 과제의 성공을 위한 기본적 전제에 해당할 뿐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의사소통 성향을 능숙하게 다룬다는 것은 타인으로부터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한 휴먼 해킹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상대에 대한 적절한 이해와 전략 수립을 위한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자신과 상대방 모두에 대한 균형잡힌 분석이 요구되지만 중요도를 따지자면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하는 데 더 무게 중심이 실리는 출발점으로서 자신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함을 말해준다.

따라서 상대방을 파악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략은 ‘능동적으로 경청하기’가 된다. 휴먼 해킹의 기반이 되는 자신과 남에 대한 의사소통 유형 파악에 있어 경청하기 없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사소통 분석법을 철저히 연습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쯤되면 떠오르는 책이 바로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인데, 이 책은 보다 현대적이고 전략적인 관점의 인간관계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휴먼 해킹의 모든 것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바로 ‘공감’이다. 공감 능력을 키우는 것이 휴먼 해킹의 기본이자, 심하게 말하면 전부라고 해도 좋다고 생각되었다. 예를 들어 이 책에서는 ‘밑밥 깔기’라는 기술이 소개되는데, 이것이 수행되기 위해서는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커지도록 대화의 맥락이나 상황을 조정하는 세부 기술이 필요하다. 이때 상대방의 심리를 나의 맥락으로 끌어들이는 첫 단계가 바로 ‘공감’인 것이다.

저자가 자주 강조하는, 어쩌면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바로 휴먼 해킹의 대상이 나를 만난 일이 잘된 것이라는 생각을 품게 하는 것이다. 생각뿐만 아니라 실제로 잘된 일이 되어야 한다고까지 말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으면서 상대방에게 잘된 일이 되도록 하는 것, 이것이 휴먼 해킹의 진정한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거듭 강조한다.

휴먼 해킹은 단순히 상대방을 분석하고 이해하여 원하는 것을 얻는 기술이 아니다.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연습이 필요하며, 한 사람 안에 있는 다양한 사회적인 역할과 정체성을 상황과 필요에 맞게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도 길러야 될 능력이다. 무엇보다 목표 대상으로 하여금 나에 대한 비판적인 감정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 책은 인류학에서 접할 수 있는 ‘라포르’ 즉 친밀감을 형성하는 구체적인 기술과 사례도 소개하고 있는데, 흥미로운 것은 이 라포르 형성 과정이 성공하면 인간의 뇌에서 옥시토신이라는 성분이 나온다고 한다. 이 호르몬이 분비되면 사람이 다른 사람에 대해서 더 너그러워지고 신뢰감이 높아진다고 한다. 이 말은 곧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조건이 더 완벽에 가까워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많은 상황과 요소들이 휴먼 해킹의 재료가 된다는 것을 알고 다소 당황스럽거나 놀랄 수 있다. 그만큼 우리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먼 데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발상의 전환까지 갈 것도 없이 있는 재료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지, 또 인간관계를 생산적으로 확장해나갈 수 있는지 가르쳐주는 책이다.

* 네이버 「컬처블룸」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