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거의 모든 행동 표현의 영어 ㅣ 거의 모든 시리즈
서영조 지음 / 사람in / 2022년 3월
평점 :
어떤 지식을 습득할 때 그것이 생각보다 쉽게 붙지 않는 경우가 있다. 살아 있는 지식이란 경험과 결부될 때 성립 가능한 것이다.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그것이 지식으로 전환되어 필요할 때 꺼내쓸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즉 앎이란 삶과 연결되어 있을 때 빛을 발하는 것이다.
외국어, 그중에서도 영어가 대표적이다. 우리는 오랜 시간 영어를 배웠고, 많은 투자를 해왔다. 하지만 정작 필요할 때 적절한 영어 표현을 사용하는 데 늘 애를 먹는다. 그런 일이 발생하는 원인의 대부분은 거의 다 배우는 시간 외의 상황에서 영어를 쓸 일이 잘 없기 때문이다. 또 하나 예를 들자면 바로 이번에 출간된 『거의 모든 행동 표현의 영어』에서 보여주고 있듯이 우리의 삶에 밀접하게 연결된 행동과 관련된 표현 위주로 잘 공부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고교 영어나 수능 영어를 보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표현보다는 문어체 위주의 문장이 대부분이다. 돌이켜보면 생활영어 같은 회화 프로그램 같은 데서도 그렇게 일반적인 상황을 가정한 지문을 본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책에서도 예를 든 것처럼, ‘코를 후비다’ 같은 표현을 쉽게 떠올리지 못한다는 것은 우리의 영어 교육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를 짐작케 한다.
행위 표현, 행동 표현을 주 컨셉으로 한 이 영어책은 그래서 시의적절한 출간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사전처럼 활용할 수도 있고 목차를 보면서 먼저 눈에 띄는 챕터부터 골라 읽어도 좋다. 크게 세 부분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파트1은 신체 부위 행동 표현을 다룬다. 예를 들어 ‘혀’(tongue)와 관련된 표현을 하나 살펴보자. 우리가 ‘쯧쯧’ 하며 소리를 내는 것을 ‘혀를 찬다’고 하는데 영어로는 어떻게 표현할까? 재미있게도 'click'이란 단어를 쓴다. 영어로 ‘click one's tongue’이 우리말 ‘혀를 찬다’에 해당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컴퓨터 마우스의 그 클릭이다. 이 ‘딸깍’ 소리의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3번째에 ‘흡착음’이라는 의미가 있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일상생활 속 행동 표현을 다룬다. 예를 들어 ‘생선을 손질하다’라고 하면 어떤 단어를 쓸까? 우리말 ‘손질’에 해당하는 표현은? 단순하게도 ‘clean’이란 단어를 쓴다. ‘clean a fish’가 생선을 손질한다는 의미다. 여기서는 생선을 손질하는 목적을 생각하면 그에 해당하는 영어 표현에 왜 ‘clean’이라는 단어가 사용되는지 바로 이해가 된다. 오히려 영어 표현이 더 직접적으로 와닿는다.
세 번째 파트에서는 사회 생활 속 행동 표현을 다루는데, 여기에 나오는 내용은 비교적 우리가 많이 배워왔던 내용들과 어렵지 않은 단어들이 사용되어 특별히 새롭게 느껴지는 표현을 찾기는 어려웠는데, 미용과 관련하여 우리가 ‘스포츠 머리’라고 부르는 짧은 남성 헤어스타일에 ‘buzz’라는 단어를 사용해 ‘gen a buzz cut’이라고 하면 ‘머리를 스포츠 머리로 깎는다’는 의미가 된다. ‘buzz’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윙윙거리다’, ‘부산스럽다’, ‘활기가 넘치다’ 등의 뜻이 나오는데 이게 스포츠 머리로 깎는다는 것과 왜 연결되는지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했다.
아무튼 이 책은 이렇게 우리말의 일상표현을 영어로 확인했을 때 금방 이해되어 한 번에 기억되는 표현이 있는가하면 반대로 생소한 단어, 의미가 바로 연결지어지지 않는 단어로 된 표현은 왜 그럴까, 하고 생각하게 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뻔한 느낌을 주지 않는 재미가 있다. 이 책을 통해 영어가 우리에게 실용적이고 살아 있는 지식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