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 철학자 강신주 생각과 말들 EBS 인생문답
강신주.지승호 지음 / EBS BOOKS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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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강신주 선생의 강연을 잠깐씩 보면서 참 존재감이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쏟아내는 철학자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과 낯섦저항감동조 등의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게 하는데강신주 선생이 꼭 그런 느낌이었다그러다가 한동안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의아했고그러다가 가끔 신간 소식이 들릴 때면 텔레비전에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뿐이지 여전히 활동은 계속 하고 있으셨군하는 생각을 하는 정도였는데얼마 전에 매체에 모습을 비춘 선생의 모습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아니왜이리 말랐지어디가 많이 아픈가그것이 사실이었다구체적인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육체적 기력은 상당히 소진되어 보였다.

 

이 책은 그런 강신주 선생의 화려한 경력과 현재의 모습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온 고유의 성찰의 변화나 강화가 잘 보이는 인터뷰집이다선생은 철학자로서 인문학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모든 인문학은 사랑과 자유에게 바치는 헌사다” 인문학에 대한 많은 정의와 견해가 난무하지만 결국 인간의 사랑과 자유가 최종 목적인 셈이다인문학의 핵심 가치는 사랑과 자유를 지향하는 것이며사랑과 자유는 함께 가는 것이다사랑 없이 진정한 자유가 없고자유가 없는 사랑은 사랑이라 부를 수 없다인문학의 정신이 사랑과 자유다이 두 가지 내용을 가진 것이 인문주의고정치적으로 민주주의라는 선생의 통찰은 새로운 깨달음을 준다.

 

특히 소유 형식의 구분도 새롭게 눈에 들어왔다사유와 국유를 제외하면 더불어 공()’ 자를 쓰는 공유가 남는다는 말은 누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납득할 수 있는 내용이었으나 이렇게 활자화되어 지식으로 전달되니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강신주 선생은 자본주의가 우리 삶의 기본 바탕이 되면서 강화되고 있는 억압사회에 대해 저항의 목소리를 높인다이런 억압사회가 가능하려면 정치·경제학적 토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이것은 다시 말해 자본주의의 성격이 기본적으로 노예제와 다를 바 없다는 의미가 된다즉 주인이 있고 그 주인에게 부림 받는 종이 있다표면적으로 종들의 상황이 약간 개선되었다고 볼 수 있을 뿐이지자유롭게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모두가 동등하게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전혀 달라진 게 없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겉만 바뀌고 속은 그대로인 노예의 상태를 계속되게 하는 사례가 바로 인터넷이다인터넷은 일견 사람들을 자유롭게 한 것처럼 보이지만 더 큰 속박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우리는 그 안에서 자신의 개성을 맘껏 뽐내는 것 같지만 결국 자본주의의 상업적 속성다시 말해 생명의 조각을 시장에 내놓고 팔리기를 목매어 기다리는 것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과 연결지어 텍스트와 콘텍스트의 관계를 논한 부분이 흥미롭다사람은 텍스트와 콘텍스트 사이를 오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텍스트를 잘 읽는다는 것은 콘텍스트를 읽는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예를 들어 어떤 사람에 대해 파악할 때 우리는 그 사람의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서 전체를 파악할 수 없다살아온 이력배경형편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지 않으면다시 말해 대상의 맥락 또는 흐름을 보지 않고서는 온전한 이해가 불가능한 것이다하지만 우리 시대는 그런 조각조각난 자아들이 끊임없이 교류하면서 비정상적이고 소모적인 관계들을 양산해내고 폐기시킨다.







\그래서 다르게 보는 방법이 중요하다지금껏 매몰된 나의 사고방식과 편견을 뒤집어 본질을 꿰뚫을 수 있어야 한다강신주 선생이 제시하는 방법은 나를 볼 때는 객관적으로대상을 볼 때는 주관적인 시선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참된 자유와 사랑이 충만한 공동체라는 이상향을 꿈꾸는 철학자 강신주 선생의 폭넓고 깊은 지혜와 성찰이 이 인터뷰집에 담겨 있다강신주 선생의 사유의 지평을 본격적으로 탐구해보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이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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