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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 행복한 사람이 욕망에 대처하는 자세 ㅣ EBS 오늘 읽는 클래식
유재민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1년 12월
평점 :
아리스토텔레스는 지상의 철학자이자 현실의 철학자라고 불린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철학의 역사에서 특별한 이유는 아마 그 스승인 플라톤과 다른 결을 가지면서도 무작정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을 통해 철학을 풍성한 학문으로 만든 데 있지 않을까 싶다.
인간의 행복을 논할 때 가장 중요한 개념이 ‘욕망’이다. 욕망의 속성은 인간에게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이다. 그것은 한계가 없다. 무한히 뻗어나가는 에너지 같다. 그래서 인간은 행복과 욕망의 관계를 탐구하며 두 가지 형태로 결론짓기도 했다. 바로 극단적인 탐욕주의거나 반대로 극단적인 금욕주의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보통 사람의 삶에 있어 이런 극단적 방법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때 나타난 것이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이니, 이것도 역사의 힘이 작용한 한 사례라고 할 수 있을까?

동부 에게해 연안의 레스보스 섬이 아리스토테레스의 사상과 학문이 발전하는 요람이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를 정약용의 흑산도, 찰스 다윈의 갈라파고스와 비교한 부분이 학자와 공간의 관계성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어 흥미로웠다. 또한 훗날 역사상 최고의 권력자가 되는 알렉산드로스와의 만남이 아리스토텔레스의 학문적 업적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확인하는 부분도 눈길을 끈다.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윤리학이란 엄밀히 말해 도덕이나 윤리보다는 성격이나 성품을 가리킨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성격이나 성품에 관한 책으로서, 착한 사람이 되는 방법이 아닌, 좋은 성격 혹은 휼륭한 성품을 갖춘 사람을 만들기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에서 말하는 윤리학은 ‘성격학’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내용이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읽는 데 있어 유용한 지식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전제를 바탕으로 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은 ‘행복’에 관해 논한다. 즉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적 사유에 있어 행복은 어떤 외부 조건이 아니라 개인의 성격, 성품이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행복을 주관적 차원이 아닌 객관적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객관적 차원에서 욕망과 이성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제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이라는 렌즈를 우리 실정에 비춰보면, 더없이 위선과 모순이 횡행하는 한국사회의 병폐를 보다 냉정하게 관찰할 수 있다. 참된 지혜에 대한 갈망은 실종되고, 오로지 눈에 보이는 이익과 승리만 중요하다고 암시하는 경쟁 지향의 사회. 우리는 그렇게 번영 속에서 침몰해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아리스토텔레스가 결국 윤리와 미덕을 바탕으로 한 행복의 온전한 가치 실현은 정치에서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