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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클래식이 좋아서 - 홍승찬이 사랑한 클래식 ㅣ 그저 좋아서 시리즈
홍승찬 지음 / 별글 / 2022년 2월
평점 :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그 주변의 것들까지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결국 다 좋아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신간 『그저 클래식이 좋아서』는 좋아하는 것에 관한 에세이의 좋은 모범을 보여준다.
음악과 영화의 가장 큰 차이는, 영화를 즐기려면 음악보다 좀 더 의지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일련의 행위가 좀 더 수반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음악은 조금 다르다. 우리가 특별히 어떤 의도를 가지거나 계획을 세우지 않더라도 일상 속에서 불쑥 찾아 들어와 우리의 마음에 깊은 각인을 새기거나, 오래도록 떨어지는 빗방울이 단단한 바위에 홈을 만들듯, 그렇게 삶의 한 부분에 어느새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긴다.
이 책은 먼저 바로크 시대의 바흐와 우리 시대의 엔니오 모리꼬네를 비교하며 시대를 초월하여 사랑받는 음악가의 조건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좋은 사례만 골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조스캥 데 프레라는 인물은 훌륭한 음악가이기는 하지만 성서의 구절을 자신의 사적 이익을 잃지 않으려는 수단으로 삼은 이력을 보여준다. 한편 존 뉴턴을 통해 용서의 가치를 돌아본다. 이 책은 클래식을 이루는 모든 요소들, 즉 음악 뿐만이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인간관계, 사회, 문화, 시대적 분위기를 담은 정보들을 골고루 보여준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지휘자 중 하나인 카라얀, 그는 모든 감정을 그대로 쏟아내지 않는 것에 대하여, 다시 말해 통제와 절제라는 예술가의 미덕이 어떻게 위대한 음악가의 초상을 남길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겸손, 절제, 자족 등의 가치는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서양음악이 기독교라는 종교적 맥락과 결코 떼어놓을 수 없기에 교회와 종교의 역사를 제법 다루고 있는데,제한된 지면 안에서임에도 불구하고 무척 풍성한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러시아정교회의 성가를 다룬 부분에서는 동서방 기독교의 역사를 간략하게 이해할 수 있는 유익한 지식을 제공한다.
비트겐슈타인 형제의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비트겐슈타인 하면 철학자를 떠올리지만 이번에는 음악가인 형 파울이 주인공이다. 특히 파울 비트겐슈타인의 모든 난관을 넘어선 인간 승리는 자세를 다시 고쳐잡게 할 만큼 인상적이었다.
이 책은 클래식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인문학적 사고의 향연, 혹은 일상을 관통하는 소박한 깨달음들을 통해 빛을 발한다. 여기에 담긴 글들을 통해 저자는 나아감과 물러섬, 채울 때와 비움, 열정과 냉정, 머무름과 떠남, 차고 기우는 것, 오면 가는 것 등 우주의 섭리와 이치에 순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인간만이 이 흐름을 거스르려 하는 아이러니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낸다.
또한 삶을 아름답게 함에 있어 미련과 집착을 경계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저자의 사고는 이 책 전반을 통해 중용, 즉 조화와 균형의 미덕을 줄곧 강조하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음악의 가치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 성취가 역사 속에서 어떻게 일어났는지 하나하나 살펴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다.
* 네이버 「리앤프리 책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