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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읽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 ㅣ A Year of Quotes 시리즈 1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로라 대소 월스 엮음, 부희령 옮김 / 니케북스 / 2022년 3월
평점 :
소로의 글을 보면 19세기 중반에 사는 사람의 시선에도 세상은 그리 혼탁스러웠던 것을 알 수 있다. 소로가 지금 이 시대에 왔다면 아마 보자마자 기절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소로의 글은 자연과의 교감이 그대로 묻어나는 느낌을 준다. 계절의 변화가 소리로 전달된다. 내리쬐는 태양에 얼어 있던 대지가 녹아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자연과 철저히 분리된 현대인의 삶은 편리하기 이를 데 없지만, 과연 그것이 인간에게 이로운 것인가 하는 질문을 떨쳐내기에는 충분한 답을 주지 못한다.
날아오르는 한 마리 파랑새에게서 천국의 모습을 연상하는 소로우의 투명한 마음이 지금 내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이나 사건 또한 그 이면에 또 다른 세상을 품고 있음을 상상하게 한다. 소로의 글은 이처럼 우리가 망각하고 있던, 세상의 외풍에 잠시 몸을 숨기고 있는 진실의 끝자락 한 올을 끌어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다. 엉뚱하게도 플라톤의 이데아와 소로가 본 세상의 이면은 상통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모든 곳이 생명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 충만한 기쁨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한다. 소로의 사상은 문명에서 누리는 많은 것들이 실상 자연의 즐거움을 하향평준화한 것에 불과한 것처럼 느끼게 한다. 좋은 책을 야생 청둥오리와 초원 혹은 정글에서 발견되는 야생화에 비유한 이채로움처럼, 소로는 이미 자연 만물에 우리가 충분히 만족할 만한 요소가 준비되어 있었음을 일깨운다. 봄에 상응하는 첫 참새의 등장을 묘사하는 장면을 보면서 어제와 오늘, 새들의 지저귐이 새벽 첫 미명을 불러일으키는 작지만 놀라운 사건이 있었음을 떠올리게 했다.
소로의 글에서는 당시에도 멸종된 동물들이 상당히 많았음을 알 수 있다. 종의 완전한 멸종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소로가 살았던 지역들에서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문명에 밀려 그 모습을 감출 수밖에 없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오늘날 이 현상이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고 있음을 보면, 세상은 발전하는 것만큼이나 퇴보하는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저자는 이를 “여러 악기의 자리가 비어 있는 채로 연주되는 협주곡”이라고 표현한다. 이런 음악을 듣는 사람들의 정신세계도 왜곡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소로의 글에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지혜는, 바로 변화에 통찰이다. 우리는 엄청나게 빠른 변화를 매일매일 경험하는 세계에 살고 있지만, 그 안에 어떤 아름다움이나 진실이 투영되었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하지만 소로가 보는 자연의 변화 속에서는, 경건함이 있고 아름다움이 있고 진실함이 있다. 그리고 생명의 역동성, 즉 살아 있다는 것의 의미가 온 몸으로 체감되게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소로의 글은 인간사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이 자연에 비하면 얼마나 하찮고 보잘 것 없는 것임을 깨닫게 한다. 우리에게 정말 소중한 것, 잊지 말아야 할 것, 기억하고 다시 상기시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한 번 더 생각하게 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귀한 성과가 아닐까 싶다.
* 네이버 「북유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