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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렸던 먹잇감이 제 발로 왔구나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2년 2월
평점 :
한국 추리소설은 참 오랜만에 읽는 것 같다. 예전에는 일본 미스터리물을 참 많이 읽었는데 그런 영향이 있어서인지 좀 낯설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런 낯선 느낌은 책을 읽으면서 이내 사라진다. 기대보다 흡인력 있는 문체와 속도감, 이야기 전개는 책에 대한 호감도를 높인다.
이 소설은 하나의 납치 사건을 다룬다. 50억이라는 큰 돈을 노린 범죄다. 왕년의 하이틴스타의 딸을 납치한 것이다. 그리고 그 아버지도 보통 인물이 아니다. 산전수전 다겪은 재벌의 총수다. 냉혹하리만치 이해관계에 철저한 인물이다. 정권이 여러 번 바뀌는 와중에서도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살아남은 대단한 인물이다.
한편 이런 인물을 상대로 거액을 뜯어내려는 인물은 여섯 명이 한 팀을 이룬다. 건달, 투박한 형과 똑똑한 동생 형제, 탈북자 출신들, 그리고 전직 형사, 그리고 추가된 한 현직 형사는 약간의 대가를 받고 서포트해주는 정도다. 기본 여섯 명에 조력자 한 명이 추가된 7인의 작전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추리소설은 내용 자체도 흥미롭지만 배경이 바로 지금 이 시대, 그러니까 코로나19의 시대를 무대로 한다. 이 책은 사회 문제도 녹여내고 있다. 저자 소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회 이슈를 문학적으로 녹이는 데 관심이 높은 작가의 경향이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 작품은 여러 가지 색채를 띤다. 납치사건을 실제적으로 일으킨 인물들의 스펙트럼이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똑똑하고 잘난 동생을 불법적인 일에 끌어들여 후회하는 형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돈맛을 본 동생은 사회적 명예나 지위보다 돈이 가장 최고라는 사고방식에 사로잡혔다. 형은 그런 동생을 두고 볼 수 없다.
한편 이게 사실에서 비롯된 건지 허구인지 헷갈리게 하는데, 탈북자 관리인 혹은 그와 관계된 사람으로부터 착취 혹은 희롱을 당하는 탈북민의 모습을 그리게 된 작가의 의도가 궁금하다.

납치사건의 피해 가족의 구성이 기가 막히다. 앞서 말했듯이 대기업 회장은 나이가 있고 여성 편력이 있다. 이런 인물을 유혹해 첩으로 들어가 본처는 죽고 그 자리를 꿰찬 왕년의 하이틴스타가 있다. 본처의 딸과 대립 관계다. 하지만 그로부터 최소한 ‘작은 엄마’의 타이틀을 확보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런데 본인이 낳은 아들과 딸 중 딸이 납치를 당한 것이다. 당연히 첫 번재 용의선상에 의붓딸이 지목될 수밖에 없다.
과연 50억을 얻어내고자 하는 일당의 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범인은 누구일까? 모두가 예상하는 그 인물인지, 반전으로 흥미를 극대화할지, 아니면 답은 정해져있지만 거기에 이르는 과정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줄지, 어느 쪽이든 독자의 선택이 나쁘게 결론나지는 않을 것 같다. 일단 재미있기 때문이다.
* 네이버 「리앤프리 책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