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 도슨트

동양화 도슨트 - 청소년을 위한 동양 미술 수업
장인용 지음 / 다른 / 2022년 1월

보통 미술 입문서나 개성 있는 컨셉을 갖고 예술 작품을 소개하는 책들은 서양 작품 일색이다. 이미 태어나면서부터 서구 문물을 많이 접하고 생활 방식도 서구적으로 된지 오래서인지 거부감이 덜하다. 오히려 우리가 국악을 들었을 때 선뜻 귀에 들어오지 않고 지루하게 느끼듯이 동양 미술도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물론 음악과는 다르게 시각 예술인 미술의 영역에서 동양화는 접근성 면에서 더 좋다고 볼 수도 있다. 어린 시절 교과서에서 봤던 김홍도의 익살맞은 그림이나 신윤복의 감각적인 그림들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그 외에 더 무엇이 있었는지 기억하기는 어렵다. 무섭기도 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한 호랑이 그림이 호랑이의 해를 맞아 요즘 자주 보이기는 하나 거기서 또 다른 동양화를 떠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동양화의 매력을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게 해주는 적절한 기획의 책이 출간되었다. 제목은 『동양화 도슨트』. ‘도슨트’라는 용어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최근 많이 듣게 되는 용어인데, 동양화라는 세계가 상대적으로 낮선 독자들에게 더없이 좋은 기획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먼저 동양화를 처음 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질문들을 던짐으로써 독자의 입장, 구체적으로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려고 한다. 글과 그림의 비율이 높은 작품에 대해 가질 수 있는 궁금증, 그리고 많은 먹을 쓴 것 같지 않은데 어째서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지, 동양미술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여백의 의미에 대해서, 그리고 왜 유독 소나무가 많이 나오는지 등의 궁금증은 동양화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효과적인 기획이라고 할 수 있겠다.

동양화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무래도 관념적인 그림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서양의 추상화처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주제를 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동양화는 그냥 하나의 평범한 풍경을 그려놓은 것 같은데, 일상성이 짙을수록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와 의미를 압축하고 있기 때문에 추상화보다 더 깊이 있는 이해의 과정이 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가장 동양화다운 그림이라고 하면 ‘산수화’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서양의 풍경화에 해당하며, 서양화와 마찬가지로 산수화도 다른 그림 장르에 비해 뒤늦게 등장했다. 자연의 평화와 아름다움을 담은 산수화, 이 산수화의 가장 큰 특징은 인간을 다루는 방법에 있다. 산수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대한 자연 속에 숨은그림찾기하듯이 굉장히 작게 그려진 집이나 사람을 볼 수 있는데, 인간이 자연 앞에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그리고 왜 겸손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만 같다.

『동양화 도슨트』는 한쪽으로 치우친 우리의 예술 감각에 다시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주리라 기대된다. 우리의 삶의 뿌리가 되는 조상들의 정신 세계를 동양화 작품들을 통해 새롭게 짚어가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며,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가치 있고 의미 있다고 생각된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