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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조선복지실록 - 단 한 명의 백성도 굶어 죽지 않게 하라
박영서 지음 / 들녘 / 2022년 2월
평점 :
인류가 지금까지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지구에서 적어도 표면적으로 지배적인 종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협력하는 것의 중요성을 파악했다는 점에 있다. 쉽게 말해 ‘뭉쳐 있으면 생존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체험적으로 깨달아 실천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뭉쳐 있음이란 협력을 전제로 한 집단 생활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협력을 이루는 집단 내에서 모두가 다 뛰어날 수 없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 중간인 사람, 그리고 약하고 힘 없고 도움이 되지 않는 부류가 뒤섞여 있는 것이다. 가장 핵심은 여기서 나오는데, 바로 취약한 부류에 있는 사람들도 집단의 중요 구성원으로서 보호될 필요가 있다는 아이디어가 외면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것이 인류를 지금까지 살아남게 했다. 우리는 오늘날 이 아이디어를 ‘복지’라고 부른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에 새로 출간된 『시시콜콜 조선복지실록』은 오늘날의 관점에서 조선에도 존재했던 복지제도를 들여다본다. 오늘날의 복지제도와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지만 인류사의 맥락에서 조선의 복지제도가 얼마나 시대를 앞선 것이었는지 알 수 있다. 이 책을 보면 먼저 정도전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비록 신분의 차이가 있다 할지라도 모든 백성을 나라의 근본으로 보고 하나라도 잃지 않으려는 인간에 대한 관점이 정책에 반영되도록 노력했다는 점에서 가히 조선 최고의 인물이라 할 만하다.
앞서 얘기했듯이 조선은 민본주의 왕도정치 시스템을 취하고 있었다. 복지정책에도 그것을 반영시키려는 노력이 꾸준히 보인 것이 500년 조선 왕조의 저력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조선의 민본주의 사회복지 정책이 우리 시대에 주는 명확한 시사점. 그것은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한편 서구사회와의 비교도 눈길을 끈다. 서구사회는 빈곤을 죄로, 조선은 ‘仁’으로 바라봤다. 유학 이념에 근거해 조선 지도층은 빈곤층을 인격적 완성을 이룰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함으로써, 나라의 성립 및 유지·존속이 단 한 사람도 가벼운 존재로 여겨서는 안된다는 기본 정신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정책적으로 실현하려 했다.
조선은 사회취약계층을 ‘환과고독’ 즉 홀아비, 과부, 고아, 독거노인으로 분류하여 비교적 체계적으로 접근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의 대표적 복지 정책으로는 오늘날 우리에게 잘 알려진 ‘환곡’이 있다. 또 천재지변이나 기근으로 곤란을 겪을 때 ‘진휼’ 제도로 어려움을 도왔으며 이는 오늘날의 긴급 재난지원금과 비슷한 성격을 가진다. 환곡은 오늘날의 국민연금과 비교할 수 있는데, 당시 가장 큰 문제점은 일선 공무원의 횡령이었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국민연금이 무능한 운영으로 재정을 탕진하고 있음을 볼 때 그때나 지금이나 해먹는 놈들은 사형에 처해야 마땅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국가가 직접 커플 매니저 역할을 하여 국가적으로 혼인을 장려하는 정책을 추진하기도 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는 사람이 곧 국가의 근본이고, 경제적 관점에서도 꼭 필요한 것이었다. 하지만 여성에 대한 인식은 조선이 가진 국가의 존속에 대한 기본적인 가치관 때문에 여전히 낮은 수준이었으며, 복지정책 역시 경제적 자립보다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아쉬움을 준다. 조선의 복지정책을 살펴보면서 그 성격을 신자유주의적이거나 케인즈적 복지국가 양쪽 모두로 해석해볼 여지가 있다고 오늘날의 관점으로 비교하고 분석한 부분도 흥미롭다.
이 책은 복지의 관점에서 조선의 역사를 돌아본 흥미로운 작업의 결과물이다. 예전에 별자리와 명리학을 통해 조선왕조사를 독특하게 조명하고 해석한 ‘별자리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시시콜콜 조선복지실록』 또한 역사를 보는 또 하나의 유익하고 참신한 시각을 제공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역사와 독서를 배우고 즐기는 방법을 한층 풍성하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싶다.
* 네이버 「리앤프리 책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