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픽션

사이언스 픽션 - 과학은 어떻게 추락하는가
스튜어트 리치 지음, 김종명 옮김 / 더난출판사 / 2022년 1월

과학이 하나의 종교가 되어가고 있다. 이것이 요즘 과학과 대중 상호관계를 가장 정확히 표현한 것이 아닐까? 언제부터인가 ‘과학적’이라는 말이 마치 절대 변할 없는 진리나, 거부할 수 없는 기준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과학적이라고 말하면 굉장히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것을 표현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그러나 과학은 진리 탐구의 도구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지 그 자체가 완전할 수 없다. 끊임없는 탐구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그것이 모두가 합의할 만큼의 규칙과 속성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여 공유되는 과정이 과학적인 것이다. 이 과정은 완결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기존의 사실에 균열이 생기고, 그 균열이 무엇 때문인지 밝혀지는 도전과 시도들이 이어진다. 이윽고 기존의 사실은 폐기되거나 아니면 새로 발견된 사실과 융합되어 또 하나의 현재진행형 진리로 자리매김한다.

실험적으로 항상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없는 연구결과물이 권위 있는 학술지에 게재되고 완전히 자의적으로 꾸며낸 연구결과물임에도 불구하고 의심받지 않고 주요 언론에 사실인 것처럼 보도되는 일이 벌어진다. 과학만능주의의 이면에는 수많은 조작의 사례가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가장 많이 저질러질 수 있는 것은 바로 데이터를 임의로 선택해 자신이 원하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잘못된 과학 방법을 버젓이 행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과학계가 굉장히 엄격하고 정밀하고 합리적이고 냉정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점점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해준다.

이 책은 종교가 본분을 잊고 타락하여 사람들의 신뢰를 상실하고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처럼, 과학 역시 상당한 위기를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학을 하는 방법 자체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통계 방법의 경우 신뢰도가 높을 것 같지만 인간의 편성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났고, 동료 평가 과정도 시스템적으로 문제가 많음이 드러났다.

공정과 정의, 상식, 정직 등이 과학계에도 이토록 절실한 가치인 줄 몰랐다. 그것은 당연히 기본적으로 깔고 가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가 의심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나 편향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가치중립적이고 합리적이고 상식적일 줄 알았던 과학적 태도마저도 한 번 더 걸러 생각해야 하는 대상임을 알려준다.

유사과학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과학 자체가 사기의 수단이 되거나, 편견과 차별을 유도하는 도구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진정한 과학적 사고방식과 방법론은 지루하고 번거롭기에 외면하지만, 중간 과정은 거친 채 결론만 덩그러니 떠 있는 결과물을 가지고 과학적이라면서 칭송하고 절대 신뢰를 보내는 이상한 시대를 살게 된 것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과학의 진정한 회복을 위해서 어떤 혁신이 필요한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