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괜찮아 - 9살 제윤이가 쓴 동시집
최제윤 지음 / 읽고싶은책 / 2022년 1월
평점 :
어린이의 꿈은 가족의 테두리 안에서 자란다. 가족의 분위기가 건강하고 긍정적이고 희망에 차 있다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그 감성을 가지고 세상을 보게 된다. 이번에 출간된 동시집 『괜찮아』에 수록된 제윤이의 시를 보고 있으면 이 아이가 가족의 사랑을 얼마나 듬뿍 받고 자랐는지, 또 서로를 의지하며 용기를 북돋워 주는 가족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이 동시집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 ‘나를 보고’와 2부 ‘타지 않는 불’ 사이에는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코너가, 2부와 3부 ‘꽃과 바람’ 사이에는 책을 읽을 수 있고 시를 쓸 수 있게 해준 세종대왕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아이답게 잘 표현이 담겨 있어 휴식시간처럼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특히 세종대왕의 손 그림을 보니 제윤이는 그림에도 상당한 재능이 있으리라 짐작되었다. 3부의 마무리는 자신이 쓴 시를 돌멩이나 클로버 등 자연물을 이용해 직접 표현한 작품도 선보이는데 이 또한 제윤이의 특별한 예술적 감각을 보여준다.
몇몇 작품을 살펴보자. ‘사진기’라는 시에서 “예쁘고 재미있고 소중한 것들을 볼 수 있는 우리 눈 자체가 사진기”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 동시집 속에 등장하는 모든 장면과 상황들이 모두 제윤이의 눈이라는 사진기를 통해 시라는 형태로 표현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연필’이라는 시에서는 제윤이가 다른 사람을 찌를게 될까봐 연필심을 꼭 쥐고 외삼촌 집에 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때 연필심 때문에 더러워진 손에 대한 묘사가 감탄을 자아낸다. “나의 손은 더러웠지만/ 마음만은/ 더럽지 않았다.”
‘시간’이라는 시는 아이의 관점에서 시간의 상대성이 묘사된 작품이다. 감정이나 기분에 따라 시간의 길이가 다르게 느껴지는 경험이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다. ‘세잎클로버’라는 시는 이 동시집에서 3페이지 정도를 차지해 긴 편에 속하는데, 세상사가 인위적으로만 이루어질 수 없다는 진리를 자연스럽게 깨달아가는 아이의 심리가 잘 묘사되어 있다.
‘바위’라는 시에서는 바위라는 묵직한 느낌을 주는 자연물로부터 ‘의지’, ‘마음’, ‘끈기’ 같은 개념을 이끌어내는 제윤이의 깊은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물고기 잡은 토끼’라는 시에서는 스토리텔러로서의 제윤이의 재능도 포착된다. 토끼에게 잡히는 물고기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 사건이 자기 가족을 소중히 여기고 지키려는 가장으로서의 토끼의 행동이기도 하다는 결론으로, 자연의 이치와 가족의 소중함을 절묘하게 연결시키고 있어 감탄을 일으켰다.
이 동시집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표현은 책의 제목이기도 한 ‘괜찮아’, 그리고 ‘좋아’, ‘잘해’, ‘착해’ 등의 밝은 느낌을 주는 것들이다. 이러한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기운이 넘치는 시어의 선택은 제윤이의 풍부한 감성과 선한 심성으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했듯이 제윤이의 성장 환경이 매우 밝고 건강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앞으로 자라면서 보게 될 세상의 어두운 면을 제윤이는 어떤 식으로 해석하고 표현해낼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 네이버 「리앤프리 책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