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떻게 재치 있게 농담할 것인가? - 유머의 기술을 익히고 싶은 현대인을 위한 고대의 지혜 ㅣ 아날로그 아르고스 5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지음, 마이클 폰테인 엮음, 김현주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2년 1월
평점 :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울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다. 많은 표현들이 그 나라의 역사와 사회, 문화적 맥락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때로는 아주 단순한 표현조차 그 안에 담긴 넓고 깊은 뉘앙스로 인해 사용자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의미로 상대에게 전달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익숙해지기 어려운 것이 유머일 것이다. 유머가 품고 있는 다양한 사회문화적 맥락들은 해당 언어를 외국어로서 배우는 학습자들에게 기본적으로 차단되어 있는 정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 언어나 그 언어로 쓰인 내용이 나온 시대가 현대와는 아주 먼 고대라면 얘기는 더 복잡해진다. 대표적인 예가 성경이나 고대 문학 작품들일 것이다.
『어떻게 재치 있게 농담할 것인가?』는 고대 로마에서 가장 잘 알려진 정치인이자 저술가인 키케로가 유머에 대해 다룬 글들의 모음집이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에서는 대화의 형식으로, 재치 있고 도움이 되는 농담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논한 후, 2부에서는 효과적인 유머의 구체적 기술을 다룬다.
이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내용은 유머가 선천적인 능력인지, 아니면 배움으로 익힐 수 있는 기술인지에 대한 물음이며 이어서 사람들이 어떤 농담을 좋아하는지를 다룬 부분이다. 사람들을 설득하거나 웃게 만드는 일이 기술적인 차원에서 일정 부분 가능할지 모르나 근본적으로는 타고난 감각에 더 비중이 있다는 데 경험적으로 더 동의가 되는 것 같다.
농담 혹은 유머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대상이 필요하고, 그 대상이 유머러스하게 표현될 적절한 언어 구사 능력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다양한 사례가 이 책에 소개되어 있지만, 서두에 언급했듯이 한번에 쉽게 이해되는 내용은 아니다. 여기에는 어느 정도 배경지식이 전제되어야 배우거나 즐길 수 있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저자가 소개하는 다양한 유머의 유형이나 정의를 파악하는 것으로 일차적인 독서 접근이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고대 언어들간의 번역 과정에서 유머가 조금씩 변신하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본뜻과 달라지면서 새로운 의미와 재미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흥미롭다. 그리고 하나의 단어가 두 가지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을 때 활용되는 언어 유희도 유머의 핵심 요소임을 파악할 수 있다. 현대인으로 당장 이 책에 담긴 고대인의 유머 지혜를 바로 적용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차근차근 읽어가다 보면 더 깊이 있는 유머의 활용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되었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