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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감각 연구소 - 먹고 자고 일하는 인간의 감각에 관한 크고 작은 모든 지식
찰스 스펜스 지음, 우아영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1월
평점 :
최근 뇌과학과 행동심리학에 대한 책이나 정보를 자주 접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우리의 삶, 행동, 생각이 얼마나 비자주적이며 비자율적인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물론 의식적으로 그걸 체험하는 건 아니지만 은연중에 우리의 생각과 행동이 특정 의도에 따라 조종되고 있다는 것, 혹은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어쩌면 이것은 문제점이 아니라 당연한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진짜 문제는 이런 특성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타인을 조종하거나 혹은 어떤 행동을 하게 하여 이익을 취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국내에 새로 출간된 『일상 감각 연구소』(원제: 'Sense-hacking')를 읽으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간과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은 우리의 행동과 생각, 감정 이전에 제일 먼저 인간의 생명활동을 나타내는 현상인 ‘감각’ 혹은 감각의 작동에 대한 것이다.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생각이 선행된다. 간혹 이 두 가지는 순서가 바뀌기도 하지만, 이 둘에 앞서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감정’이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우리는 어떤 감정의 이끌림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핵심적으로 우리의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요인이 있다. 그것이 바로 ‘감각’이다.
흔히 오감으로 표현되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은 인간이 인간으로서 드러낼 수 있는 모든 외부적 표현이나 특징을 가능하게 하는 선제조건이다. 어떤 상황이나 조건에 자극을 받을 때, 우리의 감각은 활성화된다. 그리고 대체로 두 가지 반응으로 나뉜다. ‘좋거나’ 아니면 ‘싫다’는 것이다. 감각을 통해 형성된 이 심리적 상태 혹은 기분은 곧바로 우리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며 어떤 대상에 대한 판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감각으로 시작해 감정 - 생각 - 행동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러한 인간다움을 보다 긍정적인 것으로 바꿀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여러 논문과 연구 결과들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감각의 상호작용적 성격, 그리고 감각의 과부하, 감각의 균형에 관한 것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다양한 감각 상황에 노출되는데, 이때 겪게 되는 사회적, 정서적, 인지적 경험은 평생에 걸쳐 쉽게 고칠 수 없는 하나의 틀을 형성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따르면 최적의 사회적, 정서적, 인지적 발달을 이루려면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감각을 균형있게 자극해야 하는데, 그게 잘 되지 않은 채 성인이 되었더라도 몇 가지 간단한 조치를 당장 취해보는 것으로 상당한 삶의 질 개선이 가능하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 또는 개념을 저자는 원서의 제목과 같이 ‘센스해킹’이라고 표현하는데, 감각을 해킹하는 것의 장점, 다시 말해 다양한 학문적 근거를 통해 새로운 삶의 국면을 창출할 진화적 트리거의 중요성과 방법을 우리 일상의 장소와 활동들을 배경으로 친숙하게 설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안의 각각의 감각들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서로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하나의 감각이 다른 감각에 영향을 미쳐 더 좋거나 나쁘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호성은,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많이 알려진 인간의 색에 대한 인식이나 냄새, 소리 등을 통해, 복잡미묘하게만 느껴지는 인간의 심리가 얼마나 간단히 교정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아마 우리가 ‘본능적’이라고 표현하는 그 개념이 감각과 가장 닿아 있는 형태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 결정적인 요인이 바로 우리 안에 있다는 명제의 가장 핵심을 알려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네이버 「리앤프리 책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