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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입맛 경제밥상
김상민 지음 / 패러다임북 / 2022년 1월
평점 :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는 우리의 삶을 떠받치고 우리 삶의 내용을 결정짓는 정치와 경제의 시스템이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일정한 절차를 거치기보다 급격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민주주의를 얻어냈고 치열한 경쟁 위주의 경제 시스템을 받아들였다. 너무나 살기 힘들었기 때문에 이런 거친 과정은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고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대열에 발을 들이고 있거나 이미 들인 상태로 발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급격한 성장에 따른 부작용은 21세기가 되면서 점점 부각되고 있으며,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그 절정에 다다른 것 같다. 하지만 현재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권의 공방이나 각 정당을 지지하는 시민들의 여론이나 경제적 풍요와 불평등을 겪고 있는 경제 주체들간의 갈등은 정작 해결보다는 갈등을 더욱 증폭시키고 서로를 혐오하는 분열만 더욱 심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벌써 오래 전부터 우리 사회는 급격한 산업화와 민주화에 따른 문제 발생을 인지하고 있었고 그에 따른 처방을 수도 없이 봐왔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성숙한 민주주의와 건강한 경제 시스템이 우리 사회에 정착했다고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간 『정치입맛 경제밥상』은 어찌 보면 지금까지 나온 우리나라의 사회적, 경제적 문제점들에 대한 해법 중 하나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은 것과 그렇지 않은 만큼은 사회를 보는 시각에 차이가 생길 것이며, 거시적인 측면에서는 부족할지 몰라도 개인과 자기가 속한 집단의 상황을 개선하는 데에 필요한 영감은 확실히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주로 눈길을 끈 내용은 바로 정치적 입장에 있어 기본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공화국의 개념에서 ‘공화주의’에 대한 우리의 전반적인 이해 부족 현상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민주’가 권리라면 ‘공화’는 책임에 해당한다는 저자의 설명이 인상 깊었으며, 우리 사회가 이런 기본적인 정치 개념을 바로 정립하지 않는다면 끝없는 당쟁과 분열된 여론이라는 비극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보수주의의 진정한 의미를 다룬 부분을 보면서 우리나라는 진짜 보수도 진보도 없는 기형적인 정치 논리의 난장판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요한 건 보수나 진보라는 입장의 차이가 아니라 우리 사회를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로 만들 수 있는 해법을 누가 더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주장하고 있느냐를 판단하는 눈임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한나 아렌트의 말처럼, 우리는 사유하지 않는 죄에서 벗어나야 하는 중대한 과제 앞에 서 있다. 생각없이 행동하는 것이 악인 것이다. 올바른 자유와 평등, 정의, 민주주의, 시장경제, 공정, 복지에 대한 이해와 그에 대한 고민 없이 정치인들을 비롯한 목소리 큰 사람들의 선동에 이끌려 무익한 편가르기에 우리의 소중한 인생,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런 책은 꼭 읽어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 저자의 보수적 관점이 지닌 건강함만큼이나 반대 진영에서도 좋은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 네이버 「리앤프리 책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