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문장이 찾아오는 순간 - 읽고 쓰기에 대한 다정한 귓속말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티라미수 더북 / 2022년 1월
평점 :
절판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각기 다른 색을 띠고 있지만 또 비슷한 면도 없지 않기에일종의 카테고리가 형성된다이 카테고리는 사람들에게 타인에 대한 공감을 가능하게 하는 재료가 된다그리고 이 재료를 가장 극적으로재미있게흥미롭게 풀어내어 또 하나의 그럴듯한 이야기로 가공하여 팔아 먹고 사는 것이 소설가라 할 수 있다그것이 익숙한 것이든 낯선 것이든 사람들로 하여금 그럴 듯하게 받아들여지거나 자신의 이야기처럼 받아들이는 강도가 강할수록 작가로서는 명예가 높아지고 경제적으로는 자유가 확보된다이런 흥미로운 직업인 소설가의 창작 방식은 항상 궁금증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데그중 한 명인 박사가 사랑한 수식으로 국내에 잘 알려져 있는 오가와 요코의 창작론과 독서론을 이번에 번역 출간된 첫 문장이 찾아오는 순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의 1부에서 이야기의 역할을 두 갈래로 나누어 설명한다하나는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 환원하여 살아갈 의미를 만들어내는 용도로서의 이야기다른 하나는 앞서와 반대로 오히려 삶을 무겁고 힘겹고 슬픈 것으로 만들어 그것을 견디는 것으로 새로운 삶의 의미를 형성하게 하는 용도로서의 이야기다저자는 이런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이야깃거리가 나온다고 생각한다그래서 일부러 무언가를 지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이야기가 작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 순간을 기다릴 줄 아는 눈을 가지는 것의 중요성을 말한다.

 

2부에서는 하나의 소설이 태어나는 과정을 작가 개인의 경험에 비추어 설명한다저자는 소설을 쓸 때 어떤 주제를 먼저 정하지 않고 일상의 경험에서 눈에 들어오는 장면들을 통해 어떤 풍경이나 장소를 먼저 떠올리는 방식으로 시작한다고 한다그런 배경이 자연스럽게 인물과 사건을 끌어들인다주제가 선행되면 그것은 이미 짧은 한 문장으로 설명이 되는 소설이 되는데저자는 이런 소설은 굳이 소설로 쓰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나 상황을 언어적으로 표현하려는 것이 소설인데그렇게 간단히 정리가 된다면 소설이 아니어도 상관없지 않겠느냐는 의견인 것 같다.







총 3부로 이루어진 이 책의 마지막 3부에서는 저자의 독서론이 소개되어 있다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독서를 통해 극복한 과정이 눈길을 끈다저자는 파브르 곤충기를 통해 거대한 전체의 일부로서의 자기 자신의 존재의 의미와역으로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를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아닌 단 한 사람으로서의 존재의 특별함을 지닌 자아라는 모순되면서도 공존되어야 할 인간적 가치를 깨닫게 되었다고 고백한다자기 존중과 겸손이라는 인간의 특별한 감성과 능력이 독서를 통해 어떻게 일깨워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 책의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과학자가 이미 존재하는 자연의 섭리와 법칙을 발견하여 수식이라는 과학 언어의 형태로 표현해내듯이저자는 소설을 쓴다는 것도 어떤 창조적 작업이라기보다는 이미 있는 인간의 여러 가지 이야기를 그저 포착해내는 것에 더 가깝다고 말한다이는 마루야마 겐지가 소설가의 각오에서 말했던 문학의 무한한 광맥과 연결되는 듯한 느낌이었다조바심 내지 않고 애정을 갖고 현실을 천천히 관찰하는 가운데서 서서히 작가 자신에게 이야기가 다가오는 감각은 과연 어떤 것일까그런 궁금증을 떠올리며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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