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로 럭키 소녀, 세상을 바꿔줘 ㅣ YA! 3
나나미 마치 지음, 고마가타 그림, 박지현 옮김 / 이지북 / 2022년 1월
평점 :
주인공 기사라기 미우에게는 특수한 능력이 있다. 어떤 사람의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미래가 영상으로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유쾌하지 않은 능력이다. 왜냐하면 그 사람에게 일어날 나쁜 일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미래 시력’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능력은 불완전한 측면이 있다. 사람에 따라 보이지 않을 때가 있는가 하면, 얼굴을 보고 나서 시간이 흐른 후 보인다거나, 장소나 시간에 대한 정보가 정확하지 않아 확실한 정보가 필요할 때에는 보이는 상황을 바탕으로 유추해야 한다는 점이다. 타인의 불행을 미리 본다는 것은 주인공에게 공포감을 심어주었고, 나아가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보는 것을 두려워하는 데까지 이른 상태다.
한편 비슷한 능력을 가진 남학생도 등장한다. 그의 이름은 다키시마 유키토. 표면적으로 점을 잘 친다는 것으로 묘사되지만 그도 다른 사람의 미래를 볼 수 있는 힘이 있다. 기사라기와 다른 점은, 그는 자신의 능력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필요할 경우 ‘운명은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보이는 미래에 변화를 주기 위해 적극 개입하는 캐릭터다. 즉, 거의 동일한 능력을 가진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애써 무시해왔고, 다른 한 사람은 그 능력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살아온 것이다.
두 사람이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다른 길을 걸어온 것은 이유가 있다. 기사라기의 경우는 어린 시절의 뼈아픈 경험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어린 시절 위기에 빠진 동생을 구하는 대신 친구를 크게 다치게 한 것이 자기 능력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된 후로 그녀는 자기 능력에 대해 두려움을 갖게 되었고, 나아가 다른 사람의 운명에 개입하는 것 자체에 두려움을 느끼며 무리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다키시마의 경우는 자세한 경위는 나오지 않는다. 어떤 사고로 능력이 생기게 되었다고 말하는데, 아마 기사라기의 과거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만약 자신에게 다른 사람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면 어떨까? 소설의 설정으로는 흥미롭지만 이것은 매우 두렵고 떨리는 일임에 틀림없다. 혹시 그 능력이 악한 사람에게 생긴다면? 상상하기도 싫다. 사실 이런 이야기들이 암시하는 핵심은 능력의 유무에 있지 않다. 누구나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고, 반대로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타인에게 영향을 주거나 혹은 타인으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다. 중요한 것은 인생에서 생길 수 있는 이러한 다양한 가능성을 주체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신의 마음가짐이다. 어떤 상황이든 중립적이다. 그러나 그것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여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 바로 이것이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진 진정한 초능력이 아닐까?
이 책은 일본 소설을 번역한 것인데, 번역가가 제목을 왜 ‘제로 럭키 소녀, 세상을 바꿔줘’로 했는지는 좀 의아하다. 원서의 제목을 대강 직역하면, ‘예측! 비밀의 두 사람이 함께 미래를 바꾸다’ 정도인데, 이 의미를 적당히 한국어 제목으로 옮기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싶다. ‘제로 럭키’라는 표현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짐작하지 못할 바는 아니나, 그래도 옮긴이의 말이 책에 따로 없어서 정확히 어떤 의도로 제목을 저렇게 번역했는지 궁금하다.
이 책은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두 사람이 처음으로 비밀을 공유하고 함께 미래를 보는 능력으로 다른 사람들을 구하는 일을 겪으면서, 주어진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며,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깨달아가는 여정의 첫 걸음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운명이라던 두 사람의 관계의 기원이나 앞으로의 전개가 어느 정도 예측되는 장면이 있는데, 작가가 이것을 어떤 반전으로 이끌어갈지, 아니면 예상대로의 전개 안에서 새로운 방식의 재미를 느끼게 해줄지 이어지는 이야기에서 확인해보고 싶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