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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아적 삶의 권유 - 자기 절제와 간헐적 결핍이 주는 의외의 행복
마르코스 바스케스 지음, 김유경 옮김 / 레드스톤 / 2021년 12월
평점 :
인간이 생각한다는 것의 중요성을 이해하자면, 컴퓨터의 예를 들 수 있겠다. 모두들 알다시피 컴퓨터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라는 두 가지 구성요소가 있어야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전자기기로서의 역할을 해낼 수 있다. 하드웨어는 물성을 가진 기계적 본체를 의미하는 것이고, 소프트웨어는 그 기계가 작동할 수 있는 명령을 내리는 역할을 한다. 이에 빗대어 사람의 육체가 하드웨어라면 생각은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는 아무렇게나 만들어져도 상관없는 것이 아니라 정교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그래야 하드웨어가 제 성능을 발휘하게 한다. 마찬가지로 사람도 아무렇게나 생각한다고 해서 다 생각하는 존재가 아니다. 생각하는 것도 길이 있고 질서가 있다. 이를 무시하거나 이에 대해 무지한 상태를 고집한다면, 그는 생각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어떻게 생각하는 방법을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을까? 여러 가지 길이 있겠지만 우선 다음의 책을 고려해보자. 신간 『스토아적 삶의 권유』는 스토아철학이라는 매우 유익한 생각의 도구를 소개하고 있다.
스토아철학은 인간의 궁극적인 행복의 비결에 대한 답을 내려 한다. 그들이 말하는 행복은 ‘에우다이모니아’ 즉 그리스어로 선한 영혼을 뜻하는 상태에 이르는 것을 의미한다. 스토아학파는 현실의 모습과 이상적인 모습의 격차가 줄어들수록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미덕과 평온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강조한다. 미덕은 실천적인 부분을, 평온은 감정적인 부분을 담당한다.
스토아철학의 미덕(아레테)은 지혜, 용기, 정의, 절제 이 네 가지로 설명되고 강조된다. 스토아철학은 이 미덕을 인간의 본성으로 생각했기에, 그들이 말하는 본성은 본능에 충실하라거나 짐승처럼 살아도 상관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것은 생활에서 항상 이성과 도덕에 따라 행동하고, 다른 사람을 돕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실현된다.
“자유를 구하려면 훈련해야만 한다. 자신을 통제하지 않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권위에 복종해야 한다”
미덕 다음으로 강조하는 것은 마음의 평온을 의미하는 ‘아타락시아’다. 이것은 미덕을 따르는 행동에 주는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삶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한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다가온다. 그래서 스토아철학은 문제 제거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문제가 있는 상태에서도 올바르고 행동하고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는 방법을 구한다. 즉 외부 조건에 영향을 받지 않는 내면의 평온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 평온을 방해하는 것을 정념 혹은 ‘파테’(비합리적이거나 과장된 감정)라고 하는데 여기서 자유로운 마음의 상태를 ‘아파테이아’라고 한다.
스토아철학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통제할 수 없는 것,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해 욕망하거나 만족하려는 데서 고통이 나오는 것이다. 이것은 요즘 유행하는 메타인지 능력과 통하는 개념 같다. 메타인지는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 구체적으로는 자신이 무얼 알고 모르는지를 파악하는 능력이라고 하는데, 스토아철학에서 말하는 ‘통제의 이분법’과 비슷한 느낌이다.
“운명은 자기를 받아들이는 사람을 인도하고, 자기를 거부하는 사람을 질질 끌고 간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통제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 이것이 스토아학파가 권하는 행복을 위한 최선의 전략이다. 통제할 수 없는 일에 집착하는 건 온전한 시간 낭비다. 결과는 중립적이며 우리의 영향권 밖의 문제다. 그래서 스토아철학은 행동 자체에 의미를 둔다. 그것 자체로 가치 있는 보상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가장 소중한 것은 자신의 행동이다. 더 좋은 걸 추구할 수는 있어도 그것을 행복의 요소로 연결시키지 않는 분별력을 기르는 것 또한 스토아철학의 목표다.
스토아철학은 살아가는 데 있어 진정으로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구분하는 능력을 갖추는 데 도움을 준다. 그 능력은 바로 생각, 다시 말해 사유하는 인간으로서의 가능성을 발현시키는 것이다. 무사유가 사회와 국가를 어떤 식으로 좀먹고 파괴하고 비인간화하는지 우리는 수없이 목격해왔다.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평화롭고 인간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사유가 작동하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철학은 꼭 필요하다. 다만 이 방법을 배우기 위한 첫 선택은 신중해야 하는데, 이 책은 그 범주에 들 수 있다고 생각된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