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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경고 : 6도의 멸종 - 기후변화의 종료, 기후붕괴의 시작, 2022 우수환경도서
마크 라이너스 지음, 김아림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1월
평점 :
우리는 개구리다. 그냥 개구리도 아니고 똑똑한데 어리석은 개구리다. 그냥 개구리는 자기가 담겨 있는 그릇의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결국 삶겨져버리지만, 똑똑한데 어리석은 개구리인 우리는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명백히 알고 있으면서도 거기서 빠져나오려 한다거나, 온도를 낮춰야 하는 심각성을 가볍게 생각한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기후변화는 우리나 우리 이전 세대의 영향이 아니다. 그보다도 더 먼 조상인 18세기의 사람들이 이룩한 산업혁명으로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이산화탄소 배출의 영향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20세기 들어 에너지 사용량이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배출된 탄소의 영향은 아직 겪어보지도 못한 상황이라는 말이다.
이번에 국내에 출간된 『최종 경고: 6도의 멸종』은 그동안 기후변화와 관련되어 나온 모든 자료들과 정보들을 종합해서 독자들에게 가능한 한 기후변화로 인한 인류 멸종의 가능성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노력을 담고 있다. 이 책의 특징은 목차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1℃에서 6℃까지 각 상승 단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자연 현상과 인류가 받을 영향을 시나리오처럼 보여주고 있다.
1℃ 상승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우리가 이미 겪고 있는 것들이다. 그 이유는 바로 산업화 이후 지구상의 평균적인 온도의 1℃ 상승이 일어난 시기를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바로 빙하가 녹고 있다는 것과 해수면의 상승, 그리고 엄청난 폭염과 폭설, 홍수로 인한 재난이다. 특히 최근 방영된 자연다큐멘터리에서 본, 극지방의 빙하의 틈 사이에서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양의 물을 보니 사태의 심각성이 더욱 피부로 다가왔다.
세기말까지 2℃ 상승에 이르지 않도록 전 세계 정부가 약속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바로 어리석은 개구리의 모습으로 말이다. 이 단계에서 인류가 겪을 가장 심각한 위기는 식량 생산과 관련한 문제가 본격적으로 부각된다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엄청난 수의 사회적 약자들이 먼저 희생될 가능성이 높다.
3℃ 상승에 이르면 소수의 인간들만이 남아 종의 생존을 건 마지막 투쟁을 하고 있을 것이다. 4℃ 상승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은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본 지구의 모습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생명이 살 수 없는 환경, 종말이 눈앞에 다가오는 풍경 말이다. 5~6℃ 상승의 단계는 불타는 행성으로 잘 알려진 금성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마침내 지구에서 여섯 번째 생명의 대멸종이 일어나고, 시간이 흐른 뒤, 새로운 아담이 눈을 뜨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지금까지 ‘똑똑한데 어리석은 개구리’의 모습으로 현재의 상황까지 대처해왔다면, 이제는 더 늦기 전에 이 치명적인 ‘어리석은’ 부분을 제거해야 한다. 그래도 많이 늦을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희망을 담아 쓴 저자의 기대처럼, 바로 지금 시작한다면 기적은 일어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앨런 와이즈먼의 『인간 없는 세상』이 떠올랐는데, 두 책을 비교하며 읽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