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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스완 - 회복과 재생을 촉진하는 새로운 경제
존 엘킹턴 지음, 정윤미 옮김 / 더난출판사 / 2021년 12월
평점 :
누구라도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블랙 스완’ 개념을 떠올릴 것이다. 예상대로 ‘블랙 스완’의 개념을 확장하거나 넘어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의 상징적 표현으로 ‘그린’ 개념을 도입한 것 같다. 저자인 존 엘킹턴 씨는 지속가능 경영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될 부분이 있다. 바로 ‘지속가능’이라는 표현이다. 알려진 대로 지구의 환경을 지키고 인류의 생존을 보장하면서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집념이 담긴 표현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속가능한 경제의 개념이 대안이 될 수는 없다. 결국 생산과 소비 중심의 시스템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재생가능한 에너지’ 개념이다. 현재 친환경 기술로도 에너지 문제를 오염과 환경파괴의 극복하기에는 더 많은 시간과 기술적 노력이 필요한 상황임을 직시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비판적 시선을 거둘 만큼 ‘그린 스완’이란 개념이 색다른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은 먼저 자본주의의 위기를 거론한다. 그러면서 자본주의의 회생을 희망한다. ‘녹색 자본주의’라는 표현까지 나오는 걸 보면 자본주의 자체가 부정되는 것을 어지간히도 두려워하는 느낌도 든다.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보면 결국 자본주의의 성격을 조정하여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는 것인데, 더 포괄적이고 정의로우며 환경까지 지키는 자본주의란 무엇일까? 저자는 경제, 사회, 환경 부문에서 일정한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는 세계의 사례들을 불러들여 장기적으로 지구 경제의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에너지의 그린 스완 경제는 회복력과 재생력을 갖춘 자본주의를 꿈꾸게 한다.
이 책에 따르면 블랙 스완은 사전 요인에 의해 예상하지 못했던 시점에 급격히 나빠지는 것을, 그린 스완은 그 반대의 개념을 제시한다. 그러나 그린 스완이 실현되기 위해서 먼저 해결되어야 할 시급한 과제를 짚어본다. 플라스틱, 고칼로리(비만), 항생제, 탄소, 우주 쓰레기가 그것이다. 한마디로 가장 미세한 영역에서 거시적인 영역까지 생존의 임계점에 와 있는 문제들이 가득하다.
이 책은 해법의 중심에 기업이 있다고 말한다. 이들이 생각하는 가치와 부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고 이를 창출하는 방법을 재정립해야 한다는데,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전반적으로 이해관계자의 가치에서 공유가치로, 공유가치에서 시스템 가치로 나아가는 그림을 그린다. 사회도 환경도 모두 재생가능하고 고유의 번영을 유지해야만 기업의 이익, 다시 말해 경제도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판 자체가 깨지면 그 무엇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인지시키는 것이 급선무인 것 같다.
이 책은 결론적으로 미래에 대한 두 가지 전망을 담고 있다. 여전히 유효한 블랙 스완의 길을 따라 극도의 빈부 격차와 전 지구적 재앙으로 공멸의 길을 갈지, 아니면 그린 스완이라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가치관과 경제관을 정립하여 인류가 지속해온 게임의 속성을 바꾸어 공존의 길을 갈 것인지 선택의 기로를 보여준다. 이 책을 통해 자본주의를 버리지 못하는 인류가 과연 어떤 미래를 선택하게 될지 예측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