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가 수학을 사랑한 이유 - 불가능한 꿈을 실현한 29명의 여성 수학자 이야기 ㅣ 내 멋대로 읽고 십대 6
전혜진 지음, 다드래기 그림, 이기정 감수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1년 11월
평점 :
수학의 매력은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원리와 체계가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고 그 일부인 우리의 현실과 일상에 분명히 새겨져 있다는 사실이다. 수학이 매우 고통스러운 과목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진정한 수학의 매력과 재미를 온전히 전달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만 갖춰진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수학을 인생의 즐거운 취미로 삼게 되지 않을까? 지금보다 더 수학에 대한 접근이 제한적이고 열악했던 시대에, 여성이라는 신분으로 살게 된다면 어떨까? 수많은 제약에도 불구하고 수학에 대한 열정 하나로 역사에 분명한 흔적을 남긴 여성 수학자들의 삶을 통해 수학이 얼마나 매력적인 학문이지 알려주는 책이 나왔다.
기원전 6세기의 테아노, 기원후 4세기의 히파티아 이후로 1,500년 동안이나 주목할 만한 여성 수학자가 등장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대다수의 여성들이 대부분의 시기에 열등한 취급을 받았던 인류 역사에서 수학 분야 역시 예외가 아님을 보여준다. 특히 히파티아는 매우 훌륭한 학자였음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역사와 관련하여 최초의 마녀로 규정되며 잔혹한 살해를 당했다는 점에서 비극의 정점을 찍었다.
여성이 고등교육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로 여겨지던 시대는 18세기까지 이어진다. 이때 교황 베네딕토 14세라는 인물이 주목된다. 그는 학문을 사랑한 교황이었는데, 주목할 점은 성별을 따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가 교황이었던 시기에 뛰어난 여성 수학 교수가 이 책의 소개에 따르면 두 명이나 나오게 된다. 그중 한 명인 마리아 아녜시는 지금으로 따지면 금수저로 태어난 데다가 부친의 전폭적인 지원과 천부적 재능으로 미적분 분야에서 큰 업적을 이룬 인물로 전해진다. 물론 여성의 지위가 여전히 낮은 시대였기에 공개적인 강의는 할 수 없었지만 대학 교수로서 수학 교육의 저변 확대에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조선시대 최초의 여성 수학자라 할 수 있는 영수합 서씨라는 인물이 소개된다. 조선 후기의 수학자 홍길주의 어머니인데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조참판을 지낸 서형수라는 인물의 유일한 딸이라는 사실만이 전해진다. 그녀가 태어난 집안은 명문가였고, 실사구시적 학문을 탐구하는 명물학으로 이름이 높았다고 한다. 여자라는 이유로 어린 시절부터 보였던 재능을 억누르며 살 수밖에 없었지만 남편을 잘 만났다. 아내의 재능을 알아보고 평생의 학문적 동반자로 대할 줄 아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밖에 최초의 현대적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개념을 확립한 에이다 러브레이스, 전장에서 자신의 직무에 충실한 가운데 수학적 재능을 바탕으로 통계학의 새로운 문을 연 나이팅게일, 영화 ‘히든 피겨스’로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캐서린 존슨 등 역사 속 뛰어난 여성 수학자들의 면면이 이야기를 들려주듯 편안한 형식으로 전달되고 있어 수학의 매력을 톡톡히 느낄 수 있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