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저 피아노가 좋아서 - 문아람이 사랑한 모든 순간 ㅣ 그저 좋아서 시리즈
문아람 지음 / 별글 / 2021년 11월
평점 :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악기’라는 개념은 ‘피아노’라는 형상으로 그 첫 기억이 형성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피아노는 음악, 악기라는 개념에서 가장 보편적인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피아노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꿈이었으며, 행복한 기억이었고, 인생의 배경에서 어디 한쪽에는 꼭 있을 것 같고, 있다면 예쁜 그림이 되어주는 신비로운 물체다. 그래서 피아노는 단순한 악기 이상의 이미지로 풍성한 의미를 획득해왔다고 할 수 있다.
『그저 피아노가 좋아서』의 저자 문아람 씨에게서 보여지는 피아노의 이미지도 그런 느낌이었다. 어릴 때의 감동이 피아니스트의 꿈을 품게 했고, 10대의 모든 순간을 피아노로 가득하게 했으며, 20대의 힘든 시기를 버티게 하고 새로운 소망을 가지게 한 보호막이자 무기가 피아노였던 것이다. 피아노는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동반자의 의미로 확장된다.
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주제는 경험, 다시 말해 거절과 실패의 반복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모든 부정적 이미지들은 저자의 삶 속에서 희망과 긍정의 근거로 작동한다. 그 기미는 탄생에서부터 엿보인다. 태어날 때 위험했던 경험이 어릴 때부터 삶에 대한 다른 시선과 통찰을 갖게 했고, 시골과 자연과 책에 대한 사랑이라는 선물을 부모로부터 받은 저자는, 여덟 살 때 교회에서 피아노라는 신문물을 접하면서 그 운명이 하나의 이야기로 급격히 풀려간다.
피아노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에는 집안 형편이 여의치 않았지만 부모님들의 인덕이 빛을 발하여 밀양에서 대구로 레슨 여행을 다니게 된다. 그녀의 10대는 피아노에 대한 열정, 배움의 소중함, 가족의 사랑과 배려, 화목함으로 빛난다. 음대에 진학하기 위해 학창시절을 어떻게 보냈는지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조금이라도 부모님께 보탬이 되기 위해 예식장 연주 아르바이트 도전을 하는 과정에서 몇 번의 거절을 당하지만 “실패와 거절은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면서, 오히려 더 큰 감사와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로 삼는 소녀의 예쁜 마음씨와 영특함을 엿볼 수 있다.
일주일에 한 번 밖에 레슨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오히려 소녀로 하여금 더욱 열심히 음악과 연주에 대해 연구하고 생각하는 훈련법을 길러주었다. 어릴 때부터 일기를 쓰던 습관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메모가 또 하나의 스승이 된 셈이다.
20대가 되고 대학을 졸업하면서 현실적인 문제가 찾아온다. 바로 엘리트 코스의 피아니스트로 갈 수 없는 형편, 하지만 저자는 삶의 행복과 성공의 기준을 세상적 가치에 두지 않는다. 문아람이라는 사람이 품어온 피아니스트의 꿈은 애초부터 갖가지 다른 가능성으로 발전할 여지를 갖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저자의 글을 읽다 보면 기독교적 세계관과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데, 다양한 상황에서 고난과 겸손과 감사에 대한 가치를 피력하는 걸 보면, 어려운 상황을 맞을 때마다 그것을 이겨내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활용해왔음을 볼 수 있다. 피아노와 함께 할 인생에 있어서도 같은 방식으로, 자기만의 피아노 세계를 만들어가고 경력을 채워가는 저자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 네이버 「리앤프리 책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