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시아 마르케스 - 카리브해에서 만난 20세기 최고의 이야기꾼 클래식 클라우드 29
권리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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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시아 마르케스의 특징은 친화력에 있다고 할 수 있다사람들과 원만하게 잘 지냈으며 사람을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그의 빈곤한 성장 환경을 보면 그러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의 사람에 대한 애정은 타고난 듯하다지나친 괴짜라고 할 수 있는 아버지와 모든 것을 지배하는 듯하면서도 모든 것을 품어내는 성모 마리아와 같은 포용력을 가진 어머니그리고 환상과 실재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들 수 있는 자양분을 제공해준 할머니그리고 어림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의 어엿한 어른으로 대우해준 할아버지그리고 아버지의 외도로 생긴 형제들까지 포함해 열 명이 넘는 왁자지껄한 어린 시절은 그에게 삶의 고단함이나 비극보다 즐거움과 끝없이 이야기를 쏟아내는 창작의 원천이 되어준 것 같았다.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노벨문학상을 받을 당시 경쟁했던 작가가 귄터 그라스였다고 한다독일을 한 차원 수준 높은 시민사회로 발돋움하게 한 바로 그 양철북의 귄터 그라스다하지만 라틴아메리카와 서구세계의 역학관계 속에서 남미가 가진 에너지를 통해 저항의 목소리를 낸 마르케스의 업적이 승리를 거두자세계문학의 중심축이 유럽에서 라틴아메리카로 넘어가게 되었다.

 

그는 이야기에 복종한 인물이었다그의 삶은 자서전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야기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었으며죽지 않기 위해 글을 쓴 인물이었다그의 문학은 서구세계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마술적 리얼리즘을 개척하여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들면서도 세계의 본질을 깊숙이 꿰뚫는 힘을 보여준다그의 글은 마치 연금술의 문학 버전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실제 연금술은 상상의 영역에서만 가능하지만문학적 연금술은 그의 일상과 낮은 자리에서의 삶을 문학의 언어로 재탄생시켜 전세계를 매혹시킨 데서 실현된 연금술이라고 할 수 있다.

 

환상이 그의 문학에서 키워드로 자리 잡은 만큼 시간의 관념도 그의 소설에서는 의미가 옅다그의 문학은 실제를 가상의 공간으로 치환시킨 마콘도라는 곳에서 펼쳐진다시간은 의미를 갖지 못하는 과거의 공간이지만 이 무의미한 시간이 그의 소설을 관통하는 세계관으로 기능한다이러한 특징이 그의 작품의 영원회귀라는 주제와 반복의 서사가 강화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저자가 마르케스의 모국인 콜럼비아를 여행하면서 비춰지는 그 나라의 상황을 엿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하나의 좋은 방법이다마르케스가 살아간 공간현재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지금까지도 연결되는 보이지 않는 끈 같은 것을 볼 수 있다무엇보다 그의 삶은 가난하고 희망이 없어 보이는 환경에서도 꿈을 꾸고원하는 것을 위해 즐겁게 달려간 삶의 경향에 그 특징이 있다 하겠다비록 정치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동의할 수 없는 고집을 부린 것도 사실이지만그의 개방성과 친화력유쾌함이 시대의 비극을 희망을 향한 계단으로 만들었다는 업적 하나만으로도 오래도록 기억되어야 할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 네이버 리앤프리 책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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