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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진화 - 생물학적 진화에 맞선 바이오 기술의 도전 ㅣ EBS 과학 교양 시리즈 비욘드
양은영 지음 / EBS BOOKS / 2021년 10월
평점 :
보통 ‘진화’라고 하면 자연적인 진화를 떠올리게 마련이다. 초기 인류가 나타나고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신체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고, 제일 특징적인 것으로는 정신적인 영역, 추상적인 것에 대한 관념의 발전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인류를 중심으로 한 진화의 특징은 외부적인 환경의 변화에 의해 인간 스스로 어떤 대처를 했느냐에 따라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생존에 유리한 선택은 한 번에 일어나지 않았고, 많은 실패 뒤에 최적의 전략이 맞아떨어진 지금의 현생 인류가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것이다.
학문과 기술 등 문명이 발전하면서 인류는 점점 더 건강하고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생존율도 높아지고 신체 조건이 좋아졌으며 수명은 길어졌다. 이제 이런 인류가 수동적인 성격이 강했던 진화의 경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바로 인류가 능동적으로 더 나은 상태로 진화를 주도하려는 움직임이다. 여기에는 생명공학의 발전이 이끄는 역할을 한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1114/pimg_7776601043189992.jpg)
신간 『만들어진 진화』, 이 책의 제목은 역설적인 표현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진화 현상은 인류에게 있어서는 주로 수동적인 입장에서 설명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진화를 선제적으로 다루는 입장에 서려고 하는 것이다. 실상 의학과 약학의 발달로 인위적인 수명의 연장이나 질병의 치료가 가능해지면서 진화에 대한 능동적인 대처가 그리 낯선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인간 진화의 서사는 뜻밖에도 유전공학에도 시작된 것이 아니다. 책에 소개된 바로는 인위적으로 인간을 얼려 미래에 기술이 더 발전했을 때 해동하여 생명을 늘리는 ‘냉동인간’ 기술의 시도가 생명에 대한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하기 위한 첫 도전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더 효율적이라는 이유로 뇌만 보관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텔로미어는 수명과 관련된 염색체 끝에 존재하는 입자로, 이것의 길이가 수명과 관련있다고 하는데, 이것을 증폭시키는 효소인 ‘텔로머라아제’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암세포도 증식하는 능력도 있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온전히 인간에게 적용하기는 힘들다고 한다. 컨트롤만 된다면 노화를 멈추거나 거꾸로 돌릴 수도 있다는 다소 공상과학적인 전망도 있는데, 공교롭게도 긍정적인 스트레스, 다시 말해 적당한 수준의 기분 좋은 스트레스, 건강한 식습관를 통해 텔로미어의 길이를 유지하는 방법도 있다고 한다. 현재 수준에서는 긍정적인 스트레스를 통해 건강도 유지하고 수명도 늘리는 방법이 최선인 것 같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1114/pimg_7776601043189993.jpg)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미생물과 인간의 관계다. 유전자 지도가 완성되면서 학자들이 가장 당황했던 것이 지구상 모든 생물들과 비교했을 때 인간과 별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인간과 다른 생물들을 구별짓는 유전적인 특징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데서 인간 고유의 특성이 발견된다. 바로 인간 내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존재다. 심지어 유전자는 다 비슷한데, 미생물은 꼭 사람의 지문처럼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미생물의 존재는 사람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인데 현대 문명으로 들어올수록 과한 살균 습관이 이런 미생물의 장점마저 없애버리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 느껴지듯 곧바로 유전공학의 문제로 진화의 문제를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가 초기부터 어떻게 진화의 흐름에 대처해왔으며 나아가 주도적으로 진화의 문제를 다루기 시작한 경위를 생명 현상과 관련된 주요한 사건 등을 큰 주제로 잡아 유전자 편집 가위나 인공 장기 문제까지 주제를 확장한다. 바이오 기술 역시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핵심이다. 기술 자체에 선악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술적 진보만이 아니라 도덕적, 윤리적 진보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저자의 마지막 주장에 더 크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이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