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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없는 아름다움 - 예술과 철학의 질문들
백민석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9월
평점 :
코로나로 인해 모든 분야가 위축되었겠지만 특히 문화예술 분야의 경우 그 정도가 더욱 직접적이고 빠르게 영향을 받았다. 공연예술처럼 소비자가 직접 몸을 이동시키고 창작자와의 접점이 요구되는 분야는 비대면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속수무책이었고, 예술이 생존을 위한 제1순위가 될 수는 없기에 그에 대한 소비가 가장 먼저 줄어들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듯 온라인 형태로 콘텐츠의 성격에 변화를 주려 한 시도도 있었지만, 역시 장르의 본질적 한계를 극복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예술의 생명력은 쉽게 꺼지지 않았다. 팬데믹의 위기 속에서도 창작자들의 열정은 꺾이지 않았고 새로운 관점과 시도로 예술의 외연은 오히려 더 넓어지는 것 같다. 너나 할 것 없이 불황이기에 오히려 상업적인 압박에서 자유로워지는 느낌도 들었다. 그렇게 영상이나 음악 분야를 필두로 각 분야가 서서히 소생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백민석 작가의 신작 미학 에세이집 『이해할 수 없는 아름다움』은 과거부터 최근까지 각종 소설과 영화, 음악, 전시회 등 문화예술 영역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들에 대한 감상과 해설 글들이 담긴 책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통상적으로 이해하고 떠올리는 아름다움의 범주를 훨씬 넘어서는 다채로움과 깊이로 예술에서 다루는 아름다움의 감각을 더욱 확장시켜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은 단순히 아름다움이나 새로운 감각, 미학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와도 긴밀히 연결되어 정치적 메시지를 담기도 한다. 정치적 희생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거나 우리 사회의 이면을 반영하거나 가치관의 전복을 일으키거나 요즘 가장 예민하고 뜨거운 이슈인 차별과 혐오의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극적으로 증폭시키는 역할도 한다.
초상화의 속성을 통해 현재 SNS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심리나 15세기에 살았던 사람들의 심리가 별반 다름 없음을 논증하는 글이나 기존의 언어 관습이나 물성에 대한 통념, 예술에 대한 상식을 부정하며 새롭게 태어나는 예술적 환상에 대한 글, 예술가가 요절하는 이유에 대한 빌리 홀리데이의 밀도 높은 대답은 새로운 지적 깨달음과 함께 예술의 이면을 더욱 깊이 들여다보게 만든다.
이 책은 문화예술 콘텐츠를 더욱 의미 있게 감상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다양한 예술 장르의 활발한 활동을 응원하게 하며, 읽는 것 자체로 많은 즐거움과 깨달음을 얻게 되는 양질의 문장들로 독자들을 만족시킬 것이라 생각된다.
* 네이버 「문화충전 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