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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분의 힘 - 복잡한 세상을 푸는 단순하고 강력한 도구
스티븐 스트로가츠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1년 9월
평점 :
이 책의 원제인 "Infinite Powers"에서 볼 수 있듯이, 미적분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무한”이다. 그리고 이 “무한”을 어떻게 활용하여 미적분을 가장 매력적인 인류의 무기 혹은 도구로 만들 수 있었는지에 대한 기록이 신간 『미적분의 힘』에 담긴 내용이라 할 수 있다. 2,500년의 미적분학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주요 맥락이 바로 이 무한에 있다. 일반적으로 17세기에 미적분학이 발명되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저자는 고대 그리스의 아르키메데스가 처음으로 무한을 활용한 이후부터 그 역사가 시작된 것으로 파악한다.
우주의 비밀은 매우 수학적이며, 모든 무생물 물체는 미분방정식의 규칙을 따른다고 한다. 그래서 우주의 비밀을 더 구체적으로 꼽자면 미적분학이 되는 것이다. 인류가 미적분학을 사용해 계속해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왔다는 것, 이것이 이 책의 핵심 주장이라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리처드 파인먼은 미적분학을 신이 사용하는 언어라고 했는데, 실제로 미적분학은 강력한 추론 체계를 갖고 있으며 그 규칙들은 논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
미적분학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어려운 문제를 단순하게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의 눈에 미적분학이 복잡해 보이는 이유는 미적분학이 복잡해서가 아니라 다루는 대상이, 문제들이 복잡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미적분학의 특징의 또 다른 표현이 나오는데, 바로 복잡한 문제를 단순한 부분들로 쪼갠다는 것이다.

1장 무한, 에서는 고대 수학에서 가장 난제였던 ‘원의 넓이’를 구하는 문제를 무한의 도움으로 해결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무한은 또한 극한의 개념으로도 표현하는데, 극한은 모든 미적분학 개념의 기반을 이룬다고 할 수 있다. 수학적 문제들은 대체로 연속적인 것과 불연속적인 것으로 나눌 수 있는데, 미적분의 또 하나의 특징은 모든 것을 연속적인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불연속적인 것과 연속적인 것이 미적분 안에서 하나가 된다. 불연속적인 것이 연속적인 것이 된다는 것은, 모든 것을 끝없이 계속해서 잘게 쪼갤 수 있다고 하는 가정 위에 성립하는 것이다.
2장 무한의 힘을 사용한 사람, 에서는 두 가지 전략으로 곡선의 수수께기를 들여다본다. 아르키메데스는 적분학의 기초를 닦은 사람이다. 무한의 원리를 사용하여 수학과 물리학, 다시 말해 이상과 현실을 결합했다. 구체적으로는 형태를 연구하는 분야인 기하학과 운동과 힘을 연구하는 분야인 역학을 결합했다. 적분학이라는 수학을 향해 나아가는 첫 승전보는 π였다. 이 π는 물질세계에 존재하지 않지만 이상적인 영역에는 분명히 존재하는 대표적인 수학적 개념이다. 곡선 형태를 다루는 것은 곧 무한을 다룬다는 의미이고, 아르키메데스는 무한을 사용해 곡선 형태를 다루었고 성과를 냈다. 오늘날 컴퓨터 애니메이션이나 의학 등에서 아르키메데스의 영향을 찾을 수 있다. 그의 유산은 무한을 이용해 곡선 형태의 기하학 문제를 계량화하는 과정에서 정적인 세계의 원리 혹은 규칙을 밝힌 것이다.
3장 운동의 법칙을 발견하다, 에서는 아르키메데스 이후 자연을 수학적으로 연구하는 분야에서 생긴 1,800년의 공백을 깨고 나온 갈릴레이와 케플러를 소개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연구 데이터를 통해 미적분학의 존재를 눈치챈다. 17세기 전반의 수학자들의 도전 과제는 정지한 세계에 적합한 기하학을 움직이는 세계로 확대하는 것이었다. 갈릴레이가 지구에서 움직이는 물체의 운동에 관한 비밀을 풀었다면, 케플러는 하늘에서 움직이는 행성의 운동에 관한 비밀을 풀었다. 갈릴레이는 아르키메데스, 케플러는 피탘고라스의 후계자라고 할 수 있다.
4장 미적분학에 서광이 비치다, 에서는 페르마와 데카르트로부터 탄생한 해석기하학, 그 중심 무대인 방정식이 살아 숨쉬는 형태를 띠는 xy 평면을 소개한다. 이들이 보여주는 수학의 마법은 대수학과 기하학의 결합이었다. 구체적으로는 대수학은 기하학에 체계를, 기하학은 대수학에 의미를 부여했다는 점이다. 페르마는 미적분학을 통해 더 깊은 자연의 법칙을 추론해낸 최초의 사람이다. 그는 현대적인 미적분학을 향해 나아가는 길을 닦았다고 평가된다.
5장 교차로, 에서는 지수 함수와 로그에 대해서 설명한다. 로그와 지수는 스테이플러와 리무버처럼 서로의 작용을 무효화시키는 성질이 있다. 6장 변화의 용어, 에서는 변화율이 변할 때 미적분의 진가가 드러나는 의미를 밝힌다. 17세기 전반에 미적분학은 운동과 변화를 추상화하는 과정에서 강력한 도구로 쓰이기 시작했다.

7장 비밀의 샘, 에서는 미적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뉴턴이 등장한다. 뉴턴은 면적 문제를 동역학적으로 접근했고 이는 곧 기하학과 운동을 연결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면적은 기하학에서 중요하고 적분은 ‘모든 것’에 중요하다. 미분이 국지적인 연산의 문제라면, 적분은 전체적인 연산이라는 차이가 있다. 8장 마음이 만들어낸 허구, 에서는 뉴턴의 라이벌이었던 라이프니츠의 무한소 개념이 등장하며, 이때부터 현대 사회에 적용하는 사례들이 나오는데, 먼저 미적분을 통해 에이즈 바이러스의 잠복기에 관한 미스터리를 밝히고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만든 이야기가 소개된다.
9장 논리적인 우주, 에서는 미적분학이 수학의 모든 분야들을 연결하는 숨겨진 관계들의 그물을 드러내는 이야기가 소개된다. 아리스테톨레스의 세계관을 파괴한 뉴턴의 혁명, 천상과 지상의 영역을 통합하고 두 영역 모두 동일한 물리학 법칙이 성립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소개되어 있다. 경험적 추론과 연역적 추론 모두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뉴턴의 천재성이 번뜩인다. 10장 파동 만들기, 에서는 미적분학이 음악적으로 어떻게 적용되는지 그 사례를 소개한다. 11장 미적분학의 미래, 에서는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하며 불연속적인 대상을 연속적인 것처럼 다루는 미적분학의 대표적 특징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저자는 마지막 장을 통해 미적분학의 가치가 여전히 유효하며, 인간이 아직 통찰하지 못한 미적분학의 미지의 영역을 어쩌면 인공지능이 돌파해낼지도 모른다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 정지한 대상과 세계는 물론이고 끝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대상과 세계까지 단순하게 정리하고 해명해나가는 미적분학의 매력을 이처럼 흥미진진하고 열렬하게 알려주는 책이 또 어디 있을까? 저자의 미적분 사랑과 옹호는 독자로 하여금 충분히 수학, 특히 미적분의 세계로 발을 내딛고 싶게 만들 것이다.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