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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의 아파트 생물학 - 소나무부터 코로나바이러스까지 비인간 생물들과의 기묘한 동거
곽재식 지음 / 북트리거 / 2021년 9월
평점 :
이 책은 “아파트 생물학”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제목에서 느낄 수 있는 이상의 풍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최근 한 방송국에서 방영 중인 “다빈치 코드”라는 프로그램에서 유독 화학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것으로 눈길을 끌었던 분인데, 이 책의 저자 소개란을 보면 공학박사면서 소설가로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다재다능한 작가임을 알 수 있었다. 저자의 이력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한국의 대표적인 주거 형태이자 문화라고 할 수 있는 아파트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그 밖과 안에 사람들과 함께 공존하고 있는 생명체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지식들과 연결하여 재미나게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주변 환경에 맞추어 진화한 생물’에서는 소나무와 철쭉, 고양이와 황조롱이를 다루고 있다. 아파트 단지 주변 환경에 적응하여 나름대로 성공적인 정착 생활을 하고 있는 종들이다. 1장에서는 이들 동식물들과 관련된 인류의 역사와 문화, 사회적인 배경을 함게 설명하면서 어떻게 사람들과 더 친근하고 밀접한 관계를 이루며 도시 생활에까지 적응할 수 있었는지를 탐구하고 있다. 특히 척박한 산성 토양인 우리나라 땅에서 잘 자라 친숙하고 의미 부여가 많이 되는 식물인 소나무와 철쭉 이야기가 흥미롭다.
2장 ‘같이 살고 싶지 않지만 사실은 동거 중’에서는 우리 주변에서 보일 듯 말 듯하지만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매우 작은 생물들을 다룬다. 그 주인공들은 바로 빨간집모기, 애집개미, 집먼지진드기, 지의류다. 빨간집모기는 말라리아의 역사와 연결시키고, 애집개미는 집단이 하나의 두뇌와 같은 역할을 하는 특징에 대해 다루는 부분이 눈에 띈다. 지의류는 곰팡이와 가까운 생물로 장래 인류가 화성을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 역할의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어 주목되는 생명체다.
3장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만든 세계’는 곰팡이, 아메바, 미구균, 코로나바이러스에 이르기까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인류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균이나 바이러스 종류를 다루고 있다. 곰팡이는 잘 알려진 것처럼 인류 최초의 항생제가 개발되는 데 도움이 된 미생물이다. 그리고 아메바와 세균과의 관계, 세균과 바이러스의 차이와 그로 비롯되는 다양한 질병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은 과학적 호기심과 활동이 꼭 실험실이나 특별한 장소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님을 알려주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살아가는 바로 그 장소에서 신비롭고 흥미진진한 생명체들의 생존 의지와 투쟁, 그 안에 담긴 조화와 균형, 질서, 상호작용의 아름다움을 탐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고 하듯이, 우리에게 생명과 과학에 대한 진지한 열정과 애정, 관심만 있다면 우리가 있는 바로 그 자리가 가장 멋진 연구실이자 살아 있는 자연 박물관임을 이 책은 알게 해주었다.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