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네시아, 나의 푸른 영혼 - 세계일주 단독 항해기
알랭 제르보 지음, 정진국 옮김 / 파람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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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이나 여행에 대한 낭만이 있는 사람이라면돛을 단 배 한 척에 의지해 무동력으로 대서양이나 태평양을 건너가는 일은정말 살면서 한 번쯤은 도전해보고 싶은 꿈 중의 하나일 것이다도시의 혼잡함과 일과 사회라는 거미줄에 얽혀 살아가는 것만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여겨지게 만드는 세상이 되어버렸지만인류는 원래 이렇게 문명에 얽매여 사는 존재로 시작하지 않았다책에 소개된 폴리네시아인들처럼나무판자 같은 쪽배에 의지해 거칠고 넓은 바다를 집에서 좀 먼 슈퍼마켓 다녀오듯 항해하고 다녔던 그런 신비하고 초자연스러웠던 능력을인류가 지니고 있었던 때가 분명히 존재했다.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의지와 각오그 밖의 필요한 것들이 준비된 몇몇 개인들이 종종 태평양이나 대서양을 횡단하는 모험을 감행한다또 그런 이야기가 미디어를 통해 전해진다하지만 과거의 신비한 힘을 지녔던 사람들보다 능력이 떨어지고지금보다 정보나 기술이 부족하던 시기라 할 수 있는대항해시대를 지나 제국주의가 불길처럼 번지던 때에개인의 힘으로 대서양이나 태평양을지구 한 바퀴를 오로지 배 한 척으로 세계일주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폴리네시아나의 푸른 영혼의 저자인 알랭 제르보도 그 시점에선 공식적으로 유럽에선 최초세계적으로는 두 번째라고 했으니 말이다.







1923년 지브롤터 해협에서 뉴욕까지 대서양 단독 항해에 성공한 알랭 제르보는다시 뉴욕을 출발해 태평양과 인도양아프리카 서부 해안을 타고 도는 대서양을 거쳐 유럽으로 돌아오는 항로로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세계일주를 완성하게 된다이 책은 바로 그 여정에서 남태평양과 인도양대서양의 바다 위에서의 경험과 생각체류했던 섬들과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일기 형식으로 담고 있는 기록물이다바다 한가운데에서 조금만 강한 바람이 불어도 금방 뒤집혀버릴 것 같은자기보다 한 살 많은 볼품없는 중고 쪽배로 거대한 바다 위를 항해하는 영화 같은 장면이 평화로움과 아슬아슬함이 교차되며 연이어 펼쳐진다.

 

문명은 발달했으나 인간은 더욱 타락했다고 슬퍼하는” 생각을 갖고 있던 알랭 제르보독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기본적으로 어떤 사고방식으로 서구 문명과 사라져가는 원주민 문화를 바라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예를 들어 저자는 원시 인종이 멸종하게 된 근본 원인으로 백인들의 돈벌이에만 목적을 둔 문명과 접촉하면서 벌어진 일로 설명하고 있다자기들끼리 아무 욕심 없이 잘 살고 있었는데백인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식민지 개척으로 수탈하기 위해서 저지른 만행들이 그들로 하여금 본능에 충실한 행복한 삶을 상실하게 하고미개한 삶으로 전락시켰다고 보는 것이다.

 

저자가 모험하던 당시에는 그 과정이 진행중이었고저자 사후에는 그것이 더욱 심해졌다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남태평양 섬나라의 문화들은 고유한 순수성을 잃었고 관광 상품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저자는 또한 서구의 발전된 과학 문명이 아름다움과 위엄을 간직한 원시적 자연을 보존하는 데 사용되지 않음을 안타까워한다문명이 모든 것을 더럽혔고 질서와 조화를 망가뜨린 것이다.







이 책은 주로 저자가 바다 위에서 본 풍경과 만난 사람들고투와 경이를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지만결국은 문명 세계의 야만스러움을 벗어나 완전한 자유를 갈망하는 한 인간의 내면세계를 투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그 무엇도 인위적으로 변형되지 않은 물질과 정신의 세계를 꿈꾸었던 것처럼 보이는 알랭 제르보의 내면의 기록들이 지금 이 시대와는 무척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왜냐하면 그의 지향점에는 이해타산이 없기 때문이다그렇기에 이 책은 더욱 동화 같다.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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