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딸들, 여성 혐오의 역사 -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편견
잭 홀런드 지음, 김하늘 옮김 / ㅁ(미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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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사회는 남녀 간의 대립과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남성과 여성이 서로의 성 정체성을 혐오의 감정으로 풀어내고 있는 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극단적인 사건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오래도록 이어져온 비뚤어진 가부장제 사회의 폐해에 대한 필연적 반동으로 볼 수도 있지만, 한편 그렇게만 보기에는 너무 과열되어 있고 비정상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 이유는 지금의 상황이 폭력과 불평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반영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이러한 갈등이 계속되어 다른 이득을 취하고 싶은 건지 혼란스럽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럴 때일수록 더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상황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혐오의 기원과 그것이 유지되고 발전되어온 과정을, 다시 말해 혐오의 역사를 공부해볼 필요가 있다. 도대체 무엇이 서로를 향해 폭력을 휘두르고 모진 말을 거침없이 하게 만드는가? 이번에 출간된『판도라의 딸들, 여성 혐오의 역사』는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 혐오”를 중심으로 혐오 감정의 발생 근원과 이후 역사 속에서 어떤 식으로 변화와 확장을 지속해올 수 있었는지를 살펴본다. 저자는 여성 혐오의 기원을 고대 그리스와 유대-기독교에서 찾으며, 거기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변화와 발전 양상을 탐구해나간다. 이 책을 보면 여성 혐오는 남성들의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간은 더 높은 차원의 아름다움과 좋음을 추구한다. 여기에는 영원불멸, 번영, 즐거움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이런 것들에 근본적인 한계와 나아가 두려움까지 갖게 하여 방해를 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쇠락과 죽음이다. 쇠락과 죽음은 특히 남성들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었던 것 같다. 그들은 그 스트레스와 두려움, 괴로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원망하고 책망할 대상을 물색했다. 불행하게도 여성이 그 대상이 된 것은 여성의 고유한 특성인 임신과 출산, 성적 매력과 연결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 특히 플라톤 이래 남성 철학자들은 완전성에 대한 관념을 추종하고 있었는데, 이것이 실제 세계에서는 불완전하게 구현되어 있다고 보았다. 불완전함은 불안과 고통, 두려움을 유발한다. 가장 큰 요인은 자연 앞에 무력한 인간, 그리고 궁극적으로 죽음을 향해 가는 인간의 운명이다. 그런데 이런 것이 가능하려면 시작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임신과 출산이라는 생명 탄생의 과정이다. 가장 아름답고 고귀하게 여겨져야 할 자연 현상이 궁극적으로는 앞서 언급했던 모든 쇠락과 죽음의 순환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이런 해석이 남성들로 하여금 여성을 폄하하고 열등한 존재, 혐오의 대상이 되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또 하나는 욕망의 유발 원인으로서의 여성에 대한 이미지다. 여성은 욕망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여성을 혐오하는 이유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곧 여성이 스스로 타고난 본능을 부정당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 책은 이러한 모든 여성에 대한 비인간화 및 억압하는 행위의 정당화 과정을 세심하게 추적하고 있으며, 특히 기독교 역사와 관련한 저자의 색다른 해석은 기독교 신자들에게도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 책이 충분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리고 서양뿐만 아니라 아시아를 비롯한 비서구권에서 나타나는 여성 혐오의 문화적 흔적도 함께 담아내고 있어 이것이 특정 문화나 민족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라 인류가 보편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뼈아픈 상처임을 드러내고 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사회를 혼란스럽고 분열로 몰아가는 어떤 현상이 과도하고 일어나고 있다면, 우리는 한 걸음 물러서서 그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런 대립과 갈등이 양쪽 모두에게 결코 이로울 리 없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보고 어디서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지 이성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리고 특별히 여성에 대한 억압과 폭력의 역사는 남성들이, 자기와 직접적으로 관련 없다 생각되더라도, 좀 공부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여성이 엄청난 고통을 당해왔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며, 현 사태의 일차 원인 제공자임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성 혐오의 역사는 궁극적으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인간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출간된 잭 홀런드의『판도라의 딸들, 여성 혐오의 역사』는 우리 사회의 엉킨 실타래를 풀기 위한 노력에 상당한 도움이 되리라 본다.





네이버 리앤프리 책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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