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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배워서 어디에 쓰지?
이규영 지음 / 이지북 / 2021년 7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표면적으로 수학의 기원과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교육, 그중에서도 수학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수학은 논리적 사고를 훈련하기 위한 학문으로서의 가치를 갖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에서 수학은 논리적 사고보다 누가 더 정해진 시간 안에 계산을 잘하나 경쟁시키는 계산기계를 만들어내는 참혹한 시스템으로 변질되었다. 천성적으로 계산기계 훈련을 견뎌낼 만한 성품이 아니라면 수학에 대해 만정이 뚝 떨어지는 게 필연인 구조다.
당장 중학수학, 아니 요즘은 초등수학 과정에서부터 수학에 대한 흥미를 잃고 평생 수학의 매력을 느끼지 못한 채 치를 떨며 서서히 잊어가게 되는 인생들이 얼마나 많이 양산되고 있는가. 이런 문제를 교육 당국이 모를 리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그저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에 물들어 여전히 나라의 미래인 학생들에게 주어질 소중한 보물인 수학적 지식과 사고방식을 가질 기회를 갖지 못하게 하는 죄를 계속해서 범하고 있다.
보통 어떤 학문이든 그것이 시작된 계기가 있다. 우리는 그것을 기원이라고 부르며, 이후에는 그것의 역사가 채워진다. 수학이 발전하는 과정을 보면 처음에는 눈앞의 사물을 세야 하는 필요에 의해 단순한 체계가 만들어지지만 세야 할 대상이 많아지고 양이 커지면서 그것을 효과적으로 셀 수 있기 위한 방법을 이끌어내는 고민의 과정, 사고와 해법을 풀어내는 과정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수의 체계가 세워진 계기와 수학의 본질은 계산 따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효과적인 문제의 해법을 발견하기 위한 생각의 훈련에 있는 것이다.
수학교육이란 바로 위의 수학의 발전 과정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인류가 어떻게 수라는 개념을 발견하게 되었으며, 인류에게 수와 수학이 왜 필요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부터 이야기로 설명해주어야 할 필요가 있는 활동인 것이다. 수학뿐만이 아니다. 모든 학문이 사실 그런 시작 과정을 거쳐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쓰레기같은 대한민국 교육 체계는 무작정 이미 만들어진 지식의 미로 안에 학생들을 구겨넣고 거기에서 견뎌내고 기계처럼 적응하는 아이들만을 우수한 인재인 것처럼 훈장을 붙여준다. 하지만 본연의 가치를 외면한 경쟁 시스템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모두를 사회부적응자나 폐인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올바른 교육 과정을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않고 폐단만 쌓아가는 지금의 교육 정책에 관여하는 해당 분야 종사자들은 전부 해롭기만 한 기생충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수학이 왜 지금의 모습으로 발전하게 되었는지를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운 필요성에서부터 직관과 추상능력을 지니게 된 인류의 지적 갈증이라는 차원까지 폭넓게 아우르며 수학적 개념들의 발견과 그 내용을 차근차근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대상을 수량으로 파악하는 방식으로서, 실물에서 그림으로, 그림에서 기호로, 기호들이 더 심오하고 복잡한 체계를 갖추어나가는 일련의 과정을, 수학을 이해하는 밑그림을 그리는 수준으로 가르쳐주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 영감을 얻어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인류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 인류라는 종의 역사를 아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저자는 수학의 본질적 가치를 알고 나아가 미래를 준비하는 수단으로서 수학을 이해하고 활용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수”의 역사를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수학이 학생들을 줄세우고 급을 나누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삶의 과제들을 해결하는 방식으로서 그 올바른 역할과 의미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