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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 - 폴란드에서 온 건반 위의 시인 ㅣ 클래식 클라우드 28
김주영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6월
평점 :
쇼팽의 피아노 선율은 처음 그의 음악을 들어본 사람이라도 그 아름다움과 매력에 빠지게 한다. 그리고 그의 음악은 그의 삶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진다. 익히 알려진 그의 이야기를 비롯해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의 28번째로 출간된 『쇼팽』은, 저자 김주영 씨의 글을 통해 더욱 풍성한 쇼팽의 삶과 예술을 접하게 해준다. 이 책에서는 특별히 쇼팽이 어떻게 음악의 길을 걷게 되었으며 누구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717/pimg_7776601043026597.jpg)
먼저 쇼팽은 부모님 모두가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이었다. 아버지는 바이올린과 플룻 연주를, 특히 어머니는 피아노와 노래에 능했는데, 쇼팽이 어머니를 통해 피아노를 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쇼팽은 초기 두 스승은 보수적인 성향이었는데, 이 점이 오히려 쇼팽에게는 분명한 기준과 기초를 잡아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 같다. 당시 표준이라 할 음악은 바흐와 모차르트, 하이든이었고 그 반대 지점에서 혁신을 일으킨 음악가는 베토벤이었다고 한다.
모차르트나 베토벤의 아버지와는 다르게 쇼팽의 아버지 미코와이는 아들이 균형잡힌 인격을 갖출 수 있도록 도운 괜찮은 아버지에 속한다고 저자는 평가하고 있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 발견된 쇼팽의 재능은 성실한 아버지의 인맥 덕분으로 좋은 스승을 만나 비교적 이른 시기에 꽃을 피울 수 있었고 역시 이른 시기에 유럽의 예술 중앙 무대에 진출해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영광의 이면에는 평생 병약한 체질과 우울한 성격으로 인해 끝없는 내적 투쟁을 치러낼 수밖에 없었던 쇼팽의 고통과 아픔이 대비되듯 내재되어 있어 쇼팽이란 인물의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인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서유럽에 비해 귀족과 평민의 신분 격차가 엄격하지 않았다는 폴란드의 사회 분위기도 어린 시절의 쇼팽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교제하거나 유심히 관찰할 수 있었던 쇼팽의 내면에서 비롯된 음악은 보다 넓은 범위의 청자들을 끌어안는 힘을 어린 시절부터 키워왔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하나의 구도는 당시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었던 프란츠 리스트와의 관계다. 사실상 경쟁 관계였으면서도 쇼팽이 크게 부각되는 데 리스트의 적지 않은 역할이 있었다는 것과 그 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다. 쇼팽의 인간관계에서 특이한 점은 대립되거나 노선을 달리하는 사람들과 의외로 친밀한 관계이거나 대체로 원만함을 유지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리스트는 물론이고 동시대 슈만과 멘델스존의 평론도 눈에 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717/pimg_7776601043026598.jpg)
쇼팽이 태어날 무렵, 그리고 살아가는 동안 19세기의 복잡한 정치사회적 격변기 속에서 외세에 의해 조국 폴란드가 겪은 세 차례의 국가 분할은 폴란드인들로 하여금 수없는 저항과 폭동, 혁명을 일으키게 했지만 전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20세기 초반까지 폴란드라는 나라는 사실상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민족적 상황에서 쇼팽이 조국을 위해 뭔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특별히 어떤 노력을 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저 그 개인과 주변의 이야기가 일종의 드라마처럼 전개되어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의 삶과 음악의 기반이 된 폴란드의 정서와 문화는 그의 작품을 통해 오롯이 드러났고, 그가 얼마나 의도했는지는 모르지만 폴란드라는 나라에 있어서는 하나의 희망 같은 것이 되었던 것 같다.
“그가 연주한 것은 피아노가 아니라 영혼이었다” 어떤 악기의 연주자가 이런 평을 들을 수 있을까? 쇼팽의 연주와 작품은 하나의 상징과도 같이 되었다. 그것은 위대한 가치를 획득했으며 그 증거는 바로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그의 음악의 찬란한 생명력이다. 이번에 출간된 클래식 클라우드 『쇼팽』은 그 빛나는 업적의 기원을 찾아가는 여행길로 우리를 초대한다.
* 네이버 「문화충전 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