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학자의 정원 산책 - 사람, 식물, 지구! 모두를 위한 정원의 과학
레나토 브루니 지음, 장혜경 옮김 / 초사흘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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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보면 세상이 창조될 때 땅이 만들어지고 가장 먼저 들어선 생명체가 바로 식물이다생명의 계보에서 식물은 인간보다 선배다혹독한 세상에서의 생존 조건을 가장 먼저 견디고 이겨낸 것이 식물이다하지만 인류는 그동안 식물을 생태계에서 그저 배경의 역할을 하는좋게 보아 식량을 제공하는 공급처 정도로생명체의 단계에서 하등급으로 취급해왔다하지만 인류의 역사 못지 않게 식물의 역사를 중요하게 살펴본 사람들의 의하면 식물 역시 자기만의 시간과 역사계보를 이어왔음을 알 수 있다이와 같이 식물이 지닌 본연의 가치와 의미를 탐구하는 많은 책이 출간되고 있는 가운데또 한 권의 책이 주목할 만한 내용으로 독자에게 나타났다.

 

식물학자의 정원 산책의 저자 레나토 브루니 교수는 식물학자이긴 하지만 학문적 열정이 깊어질수록 오히려 더 생생한 현실의 식물 세계와는 멀어져 가고 있음을 깨달은 후스스로에게 자연 결핍 증후군이란 진단을 내리면서어린 시절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할아버지의 정원으로 돌아가 식물의 복잡성과 그 진정한 가치를 탐구해보려 한다.







꽃이 완전히 피기까지 일주일이나 걸린다는 장미는 진짜 느림의 미학이 무엇인지 인간에게 가르쳐준다그 느림의 미학은 보는 사람에게 일차적으로 답답함을 느끼게 할지 모르지만 그 아름다움을 인간이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상반된 두 가지 깨달음을 준다먼저 인간의 조급함그리고 그 조급함을 걷어낼 수 있을 때 식물에게 고유의 시간이 있다는 것과 그 고유의 시간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안 사실아니 바로 잡은 사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그 유명한 꿀벌이 사라지면 인간도 얼마 안 가 멸종한다는 말이 사실 아인슈타인이 아니라 1994년의 양봉업 지원 행사에서 나온 말이라는 것이었다그러니까 엄밀히 따지자면 이 말은 100% 다 맞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왜냐하면 꽃의 입장에서는 꽃가루를 받아주는 도우미가 꿀벌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이런 역할은 나비나방새와 박쥐도마뱀영장류유대류 등도 일정 부분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또 이동하는 생물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되면 바람에 맡기기도 하고 심지어 어떤 꽃은 자기에게 천적이 되는 위치에 있는 동물에게도 꽃가루를 맡긴다는 것으로 보아꿀벌에 관련된 저 말은 그만큼 위기에 처한 생태계에 대한 우려의 표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간의 소변을 비료로 사용하는 것에 다룬 부분도 눈에 띈다소변이 기존의 화학 비료와 비교하여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이미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결과는 소변을 비료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하지만 경우의 수가 많았다소변 비료의 경우 모든 성분이 화학 비료처럼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작물에 따라 가려 써야 한다는 대강의 결론을 확인할 수 있다조건만 맞으면 열매를 두 배 거둘 수도 있고 상극일 경우에는 오히려 식물을 죽이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한다.







정원을 가꾸는 일에서 잔디가 꼭 필요한 요소인지 검증하는 부분에서는 잔디 문제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특히 미국을 기준으로잔디는 물을 가장 많이 먹어치우는 작물이라고 한다거기에 잔디를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과도하게 사용되는 화학 비료제초제로 인해 오염되는 환경 문제도 상당한 수준이다즉 정원 가꾸기는 매우 고상하고 친환경적인 취향이자 생활 방식인 것 같지만 불필요한 자원 낭비와 환경 피해의 주범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정원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볼 수 있는데그것은 식물을 어떻게 바라보고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인간의 상반된 두 태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한정된 식물 세계는 지구상에 펼쳐진 식물 생태계의 축소판과도 같다그것은 도시의 허파 역할로서의 의미도 있지만 역으로 식물 생태계가 얼마나 인간에 의해 속박되고 억압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역할도 한다인간은 식물을 생존을 위한 대등한 협력의 관계로 바라보아야 한다자연은 우리가 정복할 대상이 아니라 존중하고 함께 걸어가야 할 동반자다그 최전선에 인간과 식물이 서 있는 것이고이것을 진정으로 깨닫는 것이 중요한 문제임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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