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섬 웅진 모두의 그림책 41
다비드 칼리 지음, 클라우디아 팔마루치 그림, 이현경 옮김, 황보연 감수 / 웅진주니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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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보통 분량이 짧으며말하자면 그림언어와 축약된 문장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장르라고 할 수 있다장르의 특성상예를 들어 주된 독자층이 일반적으로 어린이란 점에서 명확한 메시지 혹은 교훈이 있어야 한다그러나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대놓고 노출시키지 않는다아무리 단순한 그림과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해도 그 안에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시적 장치가 필요하다이 장치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 물리적인 부분도 한몫을 한다그림책 종이 재질의 질감그림의 색감 등 모든 것이 매우 밀도가 높다물론 그런 노력을 들인 티가 나는 것은 곤란하다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이번에 출간된 그림자의 섬은 좀 더 독특한 특징을 보인다.


이 책은 여느 그림책의 분위기와 표지부터 차이가 느껴진다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에아주 좁은 면적의 섬 같은 배경을 보여준다마치 어린 왕자의 작디작은 행성처럼면적은 좁지만 나무와 여러 가지 풀들로 빼곡하다그리고 다소 우울해 보이는 짐승 한 마리가 섬 한 귀퉁이에서 반대편의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는 그림이다그리고 제목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림자의 섬이란 타이틀에서 각 글자마자 왼편 3분의 1정도가 흐릿한 경계를 두고 투명한 느낌으로 처리되어 있다즉 표지에서부터 밝은 느낌은 아니다이는 이 그림책이 전반적으로 일반적인 교훈보다 더 강렬하거나 깊은 어떤 메시지를 의도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범상치 않은 표지와 내용을 대강 훑어보고서 이 책의 시리즈 이름을 확인한다. ‘웅진 모두의 그림책’. 즉 이 책은 ‘0세부터 100세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그림책 시리즈라는 슬로건처럼 어린이 뿐만 아니라 어르신에 이르기까지세대를 초월하여 함께 공감하고 생각해볼 수 있는 내용을 그림책이라는 장르로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표지를 넘기면 가장 먼저 익숙한 것 같으면서도 낯선 동물들이 대거 등장한다그리고 한 장 더 넘겨보면 다시 한 번 제목이 나오고 아래에는 노아의 방주를 연상시키는 그림이 보인다. ‘노아의 방주는 온 세상이 죄 때문에 홍수로 심판을 받게 되는 가운데 모든 동물들을 한 쌍씩 방주에 태워 살려서 심판 이후의 새로운 세상에서 다시 번성하게 하려는 신의 섭리를 다룬 성경의 이야기에 나오는 개념이다. ‘방주는 결론적으로 새로운 희망을 상징하지만 그 전에 먼저 대홍수라는 시련즉 고통이나 고난이 부각된다는 점에서 표지의 어두운 분위기와 익숙하면서도 낯선 분위기의 수많은 동물들와 상응하여 이 책의 메시지가 결코 가볍지 않으리란 예상을 하게 만든다.







어느 이름 없는 숲 속의 꿈의 그늘이라는 곳에는 신비한 병원이 하나 있는데거기에 왈라비라는 뛰어난 의사가 있다이 의사가 치료하는 것은 바로 악몽이다숲속의 동물들은 각자가 온갖 기묘한 꿈으로 고통이나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다동물들의 꿈에 나오는 이미지들은 거의 다 초현실적인 공포의 이미지로 나타난다왈라비 박사가 이것을 치료하는 방법은 사냥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여러 동물들의 악몽이 어떻게 치료되는지 보여주다가 갑자기 한 마리의 사연이 중점적으로 부각된다이 동물은 태즈메이니아주머니늑대이 동물의 악몽은 더욱 특이하다. ‘텅 비어 있는 듯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어둠만 보인왈라비 박사가 이제껏 다뤄왔던 악몽들을 모두 조사해보지만어느 것에도 해당되는 것이 없어 선뜻 진단을 내리지 못한다.







그러다가 왈라비 박사는 어떤 하나의 결론에 이르게 되고 그것은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로 이어진다여기서 주목할 만한 중요한 차이는 형태가 있는 악몽을 꾸는 동물들과 형태가 없는 악몽을 꾼 태즈메이니아주머니늑대의 상황이다그리고 태즈메이니아주머니늑대의 상황이 이 한 개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과거로부터 현재로 이어져 미래에까지 계속 확대될 어떤 부정적인 상황을 암시한다는 것이다그리고 첫 표지를 넘겼을 때 나왔던 수많은 동물들이 마지막 페이지에 다시 한 번 등장하면서 그들이 왜 우리에게 소개되고 있는지 그 의미를 밝히고 있다.

 

이 책은 특별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그림책이다그리고 책에 있는 다양한 일러스트들은 13세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명화들을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어울리게 변용한 작품들로서 이야기와 상응하며 특별한 감상을 경험하게 한다. 그러면서 이 책은 묻고 있다과연 인간이 지금껏 해왔던 일들이 과연 정당한 것이었나를그리고 그런 일을 만약 인간이 수동적인 입장에서 경험하게 된다면 어떨지를.





*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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