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탐구 집 - 나를 닮은 집 짓기
노은주.임형남 지음 / EBS BOOKS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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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집은 주거공간보다 자산증식 수단으로서의 의미가 더 강하다특히 아파트 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집 하면 아파트를 떠올리는 아파트 중심의 사고방식이 주류를 이루는데얼마 전부터 집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가치관을 가지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물론 예전부터 천편일률적인 주거 문화를 거부하고 일찌감치 자기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집에도 적용한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다만 그것이 어떤 경향을 띠기 시작한 것은 분명 2000년 이후에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신간 건축탐구 집은 EBS에서 벌써 3시즌 째 방영중인 프로그램 ‘EBS 건축탐구 집의 내용을 옮겨온 책이다방송에서는 직접 자기 집을 짓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찾아가 집 구경도 하고 사람 이야기도 듣는 내용이다책은 여기에다 나를 닮은 집 짓기라는 부제를 덧붙여 이제 집이 경제적 관점보다 정서적 관점에서 더 주목받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을 좀 더 비중있게 다루고 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여기에 건축가인 저자들의 전문적인 의견이 더해져 책을 좀 더 알차게 만든다.







이 책은 전통 사회부터 고속성장 시기까지 주거문화를 포함해 이미 주어진 삶의 조건을 충족하며 살아왔던 삶의 틀을 이제는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든 21세기의 세태가 주거문화에도 반영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house의 의미로 거의 굳어 있던 우리나라의 집에 대한 개념이 이제야 home의 개념으로 조금씩 인식의 변화를 보이기 시작하는 상황인 것이다하지만 이런 인식의 확산이 실천의 단계로 넘어가는 데 큰 변수는 바로 경제력이다대다수의 사람들이 스스로 땅을 찾고 집을 짓는 결심을 하기에는 제약이 너무 많다그래서 이 책에 소개되는 건축주들은 거의 사회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책에는 집은 사람과 땅이 함께 꾸는 꿈이라는 표현이 거듭 나오는데이런 철학을 가지고 자신이 살 집을 직접 짓고 자신만의 삶을 영위하겠다는 비전은 아직 보통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에서 눈에 띄는 내용으로는 보통 집을 짓는다고 할 때 필수적인 과정을 소개하는 부분인데집을 짓기 위해 거치는 단계는 측량부터 시작해 외부 마무리 공사까지 최소 15가지가 넘는다고 한다어느 정도 전문 지식이 있거나 손재주가 좋은 건축주의 경우 스스로 해결하는 부분이 많다고는 하지만저자들은 확실한 것이 아니라면 대체로 건축가들에게 맡기는 편이 현명하다고 말한다중요한 것은 건축주들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분명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자신들이 살 집에 대한 선명한 계획과 목표를 건축가와 최대한 공유할 수 있도록 잦은 소통이 중요함을 이야기한다.







기성품은 여러 개 중에 가장 싼 것을 골라 거래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지만집은 공산품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의 기호와 취향생활 방식이 반영된 합리적인 가격이 사용되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한 내용이다집을 짓는데 있어서 경제성보다는 합리성이 더 중요함을 곳곳에서 강조하고 있다경제적으로 조금이라도 더 이익을 보려다가는 건축주와 건축가 모두에게 피곤해질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이밖에 집의 방향이 꼭 남향이 아니어도 된다는 점과시대에 따른 인식에 변화로 인해 집안 공간의 용도 및 구성과 비율의 변화를 다룬 부분도 흥미롭다.

 

집은 단순히 사는 곳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생각과 삶의 방식을 전해주는 장소이기도 하다는 저자들의 말도 기억에 남는다건축주가 자신의 집을 짓기 위해 움직인다는 것은 곧 자신들의 후손들이 살아갈 터전과 정신적 기반 혹은 안식처를 준비한다는 뜻도 되기 때문이다분명히 이들의 자녀들의 미래에서 확보하게 될 정신적 풍요와 아파트로 상징되는 고정된 틀의 환경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의 정신적 빈곤은 시간이 지날수록 명백히 입증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건축탐구 집은 그런 차원에서 건강하고 주관적이고 독창적인 주거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해주는 내용들로 가득한 책이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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