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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파이코노믹스 - 사회적 가치와 이윤을 동시에 창출하는 전략
알렉스 에드먼스 지음, 송정화 옮김, 이우종 외 감수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5월
평점 :
인간적인 자본주의는 가능한가? ‘함께 생존하고 번영한다’는 비전이 위선에 머물 것인가 진실이 될 것인가? 이 책은 자본주의와 기업의 지속적 발전 및 생존과, 사회적 이익 및 가치의 실현을 함께 이루기 위해서는 규제나 분배, 분리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시장, 즉 파이 자체를 더 키워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한다. 이 해법을 처음 들었을 때 언뜻 든 생각은, 파이를 더 키우는 것이 어떻게 지금의 망가진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체제의 폐해를 극복할 방법이 된다는 거지? 라는 물음이다.
좋은 비즈니스는 ‘사회적 가치 창출’에 있다는 믿음, 혹은 강력한 근거를 제시하는 확신이 될 수 있으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탐욕’이다. 나누기보다 독차지하려는 것, ‘다’함께 풍요롭기보다 소수의 이익관계자끼리의 풍요를 도모하는 탐욕 말이다. 다시 말해 파이가 크는 것에 비례하여 탐욕도 같이 커질 텐데 파이의 확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윈-윈 사고방식이 이 책의 핵심이며 공익 추구와 이윤 목적은 함께 가야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매우 바람직하다. 누군가의 이익을 강제로 줄여서 분배 비율을 조정한다는 식의 해법은 너무나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이윤과 사회적 가치 창출은 함께 일어나야 한다는 전제 아래서 저자의 파이 키우기 개념 설명과 실제 사례 소개, 그리고 그 적용에의 고민은 비현실적인 당위성을 앞세우는 여러 정책이나 대안들보다 훨씬 실현 가능성을 높이려는 노력이다.
하지만 잘 설계된 스튜어드십? 사회적 책임을 지는 기업이 훨씬 더 높은 이윤을 장기적으로 창출한다는 증거? 모든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높이는 정책의 수립? 기업과 자본주의가 협업 게임이라는 속성의 획득? 기업의 역할 재정의? 책임 있는 자본주의? 이런 파이 키우기 사고방식은 공상인가 아닌가? 결국 기업의 이윤과 사회적 가치를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 파이를 키우자는 말인데, 그건 지구나 인류의 총체적인 수명 단축을 감수하자는 말로 들리기도 한다. 왜냐하면 결국 판을 키워서 모두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늘리자는 것은 더 많은 자원의 활용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윤을 추구하면서 거기서 나온 부작용이나 혹은 사회 환원의 차원에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사업 운영이 아니라, 이윤을 최종 목표가 아닌 가치를 창출하면서 발생하는 부산물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발상은 매우 신선하다. 지금껏 그런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이론과 실천이 정리되어 소개된 것은 처음 본 것 같아서이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혹은 노동자들이 주주자본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형태와는 또 다른 건강한 자본주의를 위한 노력에 ‘파이코노믹스’라는 방법도 있음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매우 큰 수확이다.
자본주의의 폐해가 곳곳에서 나타나면서 나오는 대안들은 대략 두세 가지로 요약되는데 이런 새로운 차원의 접근법, 다시 말해 필연적 갈등을 피해서 기존의 시스템 안에서 모두가 다 이득을 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은 현실적이면서도 생산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의미 있는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다.
*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